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시발점이라고 알려진 연극 ‘개구리’의 연출가인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는 “검열에 대해 눈치 보거나 그런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 ‘검열에 대해 말한다 -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중심으
로’에서 “가끔씩 자기 검열은 있지만 최근 사태로 생긴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미학적인 부분, 너무 상업적이지 않을까하고 제가 저하고 나누는 대화 정도”라고 전했다. 

박 연출은 앞서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부녀를 풍자한 연극 ‘개구리’를 국립극단에서 선보였는데
이후 현 정부의 각종 연극 지원에서 탈락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개구리’로 청와대가 지난 2014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는 계기가 됐다는 진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박 연출은 ‘개구리’ 공연 이후 각종 정부의 연극 지원에서 탈락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서울문화재단(대표 주철환) 남산예술센터(극장

장 우연) 시즌 프로그램에 포함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역시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다. 

지난 2015년 한국, 1945년 일본 오키나와, 2004년 이라크 팔루자, 2010년 한국 서해 백령도.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이지만 군대와 전쟁, 국가와

거대담론 아래 가려졌던 사람의 외침을 무대 위로 호출한 작품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지원을 결정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연 당시 개막 당일부터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며 객석점유율 116%를 달성
했다. ‘페스티벌/도쿄 2016’에 공식 초청돼 지난해 10월27일부터 30일까지 도쿄 시내 아울스팟 극장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제53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 시상식을 석권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이에 힘입어 이날 재공연을 개막했고 6월4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 오른다. 이후 인천문화예술회관 ‘스테이지149 연극선집1’(6월
16~17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성남문화재단 ‘시리즈-연극만원(滿員)’(6월22~24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무대에 오를 정도로
전국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박 연출 역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 때(정부 지원 심사에서) 지원금을 받았으면 대학로에 좋은 극장에서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지하객석
같은 훌륭한 무대를 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공연을 가끔 가는데 그 전까지는 대체로 비행기 값에 숙식 제공에 약간의 공연비 정도를 받았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로 지
난해에 일본에 갔을 때는 공연비만 어마어마하게 받았다. 아주 유쾌하게 공연을 하고 왔다”


박 연출은 블랙리스트라는 태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면서 정작 본인은 태연하고 태평해 주변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날 참
석한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에게 “남산예술센터 지원금이 너무 적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날 객석에 있다가 대화에 참여하게 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예술 작품이 검열을 받거나 배제당하거나 탄압을 받거
나 해서는 안 된다”며 “그게 문학이든 연기든 미술이든 그 작품 자체로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본래 시인 출신으로 의정 활동을 통해 ‘블랙리스트’를 폭로한 주인공이기도 한 도 의원은 “평가를 국가에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
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에서 (이전) 여당 의원들이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군인을 희화하거나 조롱하는 작품으로 생각을 하고 여당 의원 한분이
예산을 지원해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왜 그걸 ‘당신이 결정하나, 관객, 국민, 시민이 보고 판단해야지’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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