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는 그야말로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덩달아 그 중심에 있던 체육계는 최근 1년 동안 유례없는 격변기를 맞았다.

체육회 통합과 함께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기 위해 출발선에 섰지만 최순실 사태로 부패 집단 또는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큰 상처를 입었다.

당장 20세 이하(U-20) 월드컵과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대형 국제스포츠 이벤트의 대회 운영에 차질이 예상됐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체육계 전체로 불
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22일 체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스포츠팀 해체나 대회 취소 등의 여파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스포츠 이벤트 후원이나 운영하고 있는 구단 또는 팀에 대한 지원은 일부를 제외하고 예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고 있는 추세다.

특히 대기업들이 구단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스포츠의 경우 직적접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대 프로스포츠인 KBO리그는 매년 성장하는 프로야구 시장 규모에 맞춰 각 구단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모기업 총수의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선수 영입과 시설 투자, 마케팅 활성화는 계속 이뤄졌다.

남녀 프로골프 역시 어느 해보다 활발하게 시즌을 진행 중이다. 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지난해보다 무려 6개 대회가 늘어난 19개 대회, 총상금 144
억원 규모로 열리고 있다. 여자 대회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10월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 컵 앳 나인브릿지’ 역시 차질 없이 대회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대회는 상금과 대회 운영 비용 등을
합쳐 연간 200억원 가까운 거액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대회를 주최하는 CJ그룹 관계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던 대회이기 때문에 (최순실 사태와 관계없이)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와 프로농구 등은 관중 동원에 있어 예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단 운영 예산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예상 밖의 조기 대선
정국이 스포츠팬들의 관심을 떨어뜨렸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삼성은 몇 년 전부터 삼성그룹 산하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 구단의 소유권을 제일기획으로 이관하면서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와 달리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줄면서 구단 예산도 확연히 줄었다. 

신규 투자를 줄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구단 운영의 자생력을 길러 국내 스포츠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자 하는 목적이기에 최순실 사태에서 비롯됐다고 하기
엔 무리가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그 동안 국내 스포츠 시장은 모기업의 지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구조였다. 그런 의미에서 넥센 야구단은 구단 운영에 있어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했다”며 “삼성스포츠단 해체도 당장 급격한 성적 하락으로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과정이라고 봤을 때 프로 스포츠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각종 대회 운영이나 지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비인기 종목이다. 비인기 종목 경기단체는 안그래도 운영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기업이나 지자체의 지원 규모가 줄면 종목간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마추어 종목을 후원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스포츠 발전과 사회 환원이라는 명분 하에 기업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스포츠팀 지원이나 대회 후원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비인기종목을 지원하거나 후원하는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과 함께 공정
한 스포츠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개혁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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