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기자 / 대학로의 작은 극단이 한달 간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약 5000만원이 필요하다. 대관료가 이 중 30~40%를 차지한다. 

배우 개런티의 비중도 상당하다. 스타급이 아닌 보통 배우에게 주어지는 출연료는 대략 100만원. 한달 공연을 위해 연습하는 2달도 포함됐다. 결국 월마다 30만원씩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보·마케팅은 언감생심이다.

BC카드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대학로 공연계의 취약했던 홍보·마케팅 분야에 총 5억원을 지원한다고 15일 밝혔다. 

대기업이 대학로 극단들의 홍보·마케팅을 지원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기존에 카드사 문화 사업이 주로 상업적 색깔이 짙은 대극장 뮤지컬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로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150여개 이상의 중·소극장이 있고 1일 평균 유동인구가 약 10만명에 달하지만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 외에는 관객이 들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많은 공연장이 밀집돼 있는 곳은 드문데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홍보·마케팅의 부족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BC카드가 지원사업을 대학로 중·소극장 공연으로 확장한 ‘그곳엔 BC’를 통해 홍보·마케팅에 힘을 싣는데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대학로 로터리부터 이화사거리까지 혜화역 주변 밀집돼 있는 공연장과 골목상 권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대학로의 작은 극단 등을 지원하는 제도는 일찌감치 있었다. 기획자 양성과 지원을 위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분야 기획 및 경영전문인력 지원사업’ 등이다. 

하지만 기획자가 6개월 동안 상근 근무를 해야 하고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어야 한다는 내용 등 대학로의 영세한 극단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실제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보·마케팅 지원은 대학로 관계자들이 실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CJ문화재단이 창작단체, 소규모 극단을 위해 벌이는 공연장 지원사업 역시 대관료 절감 등 극단들이 실체적인 혜택을 입어 주목도가 높은 편이다.

최윤우 한국소극장협회 사무국장은 “홍보·마케팅 비용은 대학로의 작은 극단이 제작을 할 때 고려조차 못하는 상황이라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형식적인 지원보다 인프라 등 공연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했다. 

대학로의 작은 극단 등에 대한 지원은 그동안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최근 민간 위주의 지원은 공정성과 투명성 등이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대학로 극단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주도의 지원 사업에는 어쩔 수 없이 의혹이 낄 수밖에 없었다”며 “정권이 바뀌면서 블랙리스트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 스펙트럼도 다양해져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극장 뮤지컬 지원 마케팅에만 편중됐다는 인식이 박혔던 기업들 역시 사회적으로 소외된 곳과 상생한다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김선영 대표는 “기업과 공연예술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곳엔 BC’ 공모는 오는 29일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대표 이메일 접수를 통해 지원 가능하다. 오는 7월 중 선정자가 발표된다. 심사에 통과한 50개 내외의 단체는 각각 최대 1000만원을 지원받는다. 브랜드 개발부터 포스터, 리플렛, 홍보영상, SNS 홍보물 제작까지 전 범위의 홍보·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원 자격은 오는 7월에서 12월까지 대학로 중·소극장에서 공 연 예정인 작품을 기획 및 제작하는 단체이며, 자세한 내용은 예경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팬텀싱어’로 스타덤에 오른 뮤지컬배우 고훈정이 홍보대사 나선 전날 BC카드와 예술경영지원센터 협약식에는 BC카드 김진철 본부장, 예술경영지원센터 김선영 대표, 클립서비스의 정기훈 부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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