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한다면 올림픽 정신 고취에 기여할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과 세계평화, 인류 화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거듭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백악실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접견하며, “물론 북한의 참여는 IOC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 개막식 기념사에서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둔 지난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보고 싶다”며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해 달라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었다.

이날 문 대통령과 바흐 위원장과의 단독 면담은 오전 9시30분부터 30분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진행됐으며, 이후 IOC위원단과의 확대 접견은 10시50분까지 이뤄졌다.

단독 면담에서 이뤄진 문 대통령의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방안 검토 제안에 대해 바흐 위원장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바흐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은 IOC와 지난 1998년 북한의 시드니올림픽 참가문제를 논의했다”며 “당시 김 대통령은 ‘북한이 동의하면 나는 무엇이든 동의한다’고 했는데 나는 이 한 말씀을 갖고 북한을 설득해 북한의 시드니올림픽 참가와 남북한 선수단 동시입장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바흐 위원장은 이어 “그런 측면에서 문 대통령의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이것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바흐 위원장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한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과거 시드니올림픽 참가 사례 언급을 통해 에둘러 약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IOC위원장단과 계속된 확대 접견에서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의지를 거듭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바흐 위원장이 평창올림픽에서의 북한 선수단 참가를 IOC 차원에서 최대한 돕겠다고 말한 것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준비가 잘 되고 있긴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충분히 붐업이 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그 자체로도 대외적인 붐업과 성공개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IOC가 북한 참가의 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우리 대회조직위원회와 강원도 역시 북한의 참가를 위해 적극 노력해 달라”며 “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면 협력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한국의 국제 스포츠 기여 정도를 감안해 현재 2명으로 한정돼 있는 IOC 선수위원의 숫자를 3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어떻겠는가”라고 바흐 위원장에게 물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IOC 차원의 결의문 채택을 통해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물었다고 박 대변인은 소개했다.

전 세계에서 총 115명으로 구성된 IOC 위원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임원 △국제연맹(IF) 임원 △개인 자격 △선수위원 등 4가지 분야 위원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탁구영웅’ 유승민이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통해 선수위원으로 당선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996년 애틀란타 IOC 총회 때 개인 자격의 IOC 위원에 선출됐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와병 중으로 활동을 못하고 있지만 한 나라의 IOC 위원은 2명 이하로 제한한다는 IOC 규정에 묶여 추가 선출이 어렵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IOC 위원 쿼터를 3명으로 늘려달라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현재로서는 IOC의 여러가지 규정에 따라서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을 충분히 듣고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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