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립 기자 / 부평역사박물관(관장 정진철)은 지난 3월부터 지역주민과 관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고장의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답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현장중심형 도시민속학 진흥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해당 프로그램은 ‘야학(野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정규 교육과정에서 채우지 못한 배움의 장(場)’을 뜻하는 ‘야학(夜學)’이라는 이름을 대신해, 현장성을 강조한 ‘야학(野 들 ‘야’, 學 배울 ‘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다. 흥미로운 이름만큼이나, 부평역사박물관의 ‘부평 야학’ 프로그램은 우리 고장의 숨겨진 역사 현장을 샅샅이 둘러보는 현장 탐방식 교육이라 더욱 주목된다.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답사는 지난 5월까지 모두 성황리에 마무리됐고 오는 8일에는 명신여자고등학교 역사동아리반(담당자 이종균 교사) 학생들과 올해 예정된 마지막 답사를 떠날 예정이다. 

◆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의 아픈 역사 현장을 둘러보는 탐방 학습

답사는 성인 일정과 학생 일정을 나누어 진행한 까닭에 답사 참여 대상자별로 조금의 차이는 있었다.

성인 답사는 계양구 권역(부평도호부청사 및 부평향교)을 포함한 교육이라서 6시간 정도가 소요됐으나 학생들 답사는 해당 학교 등의 일정을 고려해 부평구 관내 역사 현장들만을 보는 것으로 3∼4시간 정도 진행될 예정이다. 학생들 답사에서는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대표적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의 공장과 사택이 있었던 ‘부평 삼릉’ 마을과 ‘부평공원’ 일대를 둘러보고 일제가 전쟁 무기를 생산했던 인천조병창과 관련한 공간인 부평토굴과 산곡동 영단주택지를 중심으로 답사한다. 특히 산곡동 영단주택지(現 부평구 산곡1동 주민센터 일원)는 조만간 대규모 택지 재개발 공사를 앞두고 있어, 우리 고장에서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산곡동 영단주택지는 부평의 대표적인 구도심 지역이라는 현장성과 함께, 한국, 중국, 일본의 근대식 가옥 구조가 현재까지도 남아 있어 ‘지붕 없는 동북아시아 주택사박물관(住宅史博物館)’이라는 수식어도 어울릴만하다.

‘부평 야학’에서 답사 현장 강의를 진행한 김정훈 학예연구사는 지난 2014년과 최근에 이뤄진 부평역사박물관의 산곡동 지역 현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과거 한·중·일의 가옥 구조와 함께 이곳에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 근·현대사에 비추어 부평 지역의 학생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인교육대학교 인문도시사업단이 올해 하반기에 ‘부평 야학’과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우리 고장의 역사 현장들을 둘러보는 답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어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부평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은 박물관 예산 및 인력의 한계 때문에 많은 횟수의 ‘부평 야학’을 소화하지 못해 지역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지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지역의 유관기관에서 올해 하반기에 부평을 돌아보는 역사 탐방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면 박물관측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제공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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