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디토 페스티벌’의 피날레 ‘디토 카니발’은 이것이야말로 ‘패밀리 클래식’이라는 사명감을 보여주는 듯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졌다.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등 익숙한 곡들이 귀를 쉽게 사로잡았다. 

하지만 연주자체를 쉽게 했다는 뜻은 아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이끄는 앙상블 디토에 스타 피아니스트 임동혁·지용이 가세한 ‘클래식계 어벤져스급’ 면면으로 이날 연주에 대한 집중력이 배가 됐다. 

루이스 캐럴의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삼아 선보인 다양한 영상은 이날 공연의 뼈대가 됐는데 이로 인해 흥미로운 필름콘서트가 됐다. 

무대 뒤에 걸린 대형 스크린으로 흘러나오는 몽환적인 영상, 예컨대 검정 바탕에 코끼리 형상의 모습이 나오고 그 형상 안에 아프리카 배경이 펼쳐지는 식의 감각은 귀뿐만 아니라, 눈 역시 황홀경에 젖게 했다. 

‘헤드윅’,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 그로테스크한 성장 서사의 뮤지컬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건 물론 오페라에도 발을 들인 김민정이 연출·구성을 맡았는데 덕분에 밀도가 높았다. 

배우 한예리가 막마다 앨리스로 등장해 청중을 이상한 나라로 안내하며,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앙상블 디토의 음악감독인 용재 오닐이 친히 토끼 귀 분장을 머리 위에 매단 채 토끼를 연기, 익살과 신비로움을 더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첼리스트 문태국은 버터를 먹고 시곗바늘을 움직이는 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예리와 나누며, 평소 보기 힘든 연기를 소화해 박수를 받았다. 

여기에 파스텔 빛 조명까지 어우러지며, 클래식 공연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산산조각 냈다.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의미에서 ‘카니발’, 즉 축제라는 타이틀이 붙은 셈이다. 단지 융복합 공연으로만 소개하기에는 구성이 쫀쫀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로부터 올해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이번 공연은 이날 프리미어(초연)였다.

오는 8월19일과 2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버전은 보다 젊은 출연진들이 무대를 채운다. 미녀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디토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나선다. 문태국(첼로), 김한(클라리넷), 베리오자듀오(피아노) 등도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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