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계에 번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긴급 투입된 신태용 감독의 스타일은 예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 축구계의 평가다. 

올림픽과 U-20 월드컵 사령탑 시절 일부 선수들의 출전 여부를 거침없이 공개했던 그가 “이번만큼은 선발 명단과 포메이션을 비밀로 하고 싶다”며 감추기에 여념이 없다. 
 

5일 자정(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술 훈련시 “내가 보이는 곳에 대표팀 관계자 외의 다른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며 현지 경찰까지도 한 발 물러서게 했다. 당연히 출전 명단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극도로 전력 노출을 꺼리는 신 감독이지만 단 한 명에게는 예외를 뒀다. 중앙 수비수이자 주장을 맡고 있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다. 
 

신 감독은 경기 하루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영권의 출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우리 팀 주장이다. 경기에 무조건 뛸 것”이라고 공개했다. 그동안의 행보에 비춰볼 때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신태용호 1기 주장의 중책을 맡은 김영권은 지난 달 31일 이란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몇 차례 실수를 범하기는 했지만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김민재(전북)를 이끌고 무실점 수비를 선보였다. 
 

그러나 경기 후 내뱉은 실언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다. 그의 발언이 전해진 뒤 ‘더 이상 축구장에 가지 않겠다’부터 ‘김영권을 대표팀에서 보고 싶지 않다’는 댓글들이 인터넷을 가득 채웠다. 
 

신 감독이 이례적으로 김영권의 선발 출전을 예고한 것은 선수 기살리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자칫 심리적 위축 탓에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다. 
 

신 감독은 “주장으로서 경솔했던 것은 분명 인정했다. 오해의 소지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절대로 팬들을 실망시키려고 한 것은 아니다”며 재차 주장을 감쌌다. 
 

신 감독은 스타일을 바꾸면서까지 김영권을 보호하고 있다. 이제는 김영권이 응답할 차례다.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잠식시킬 수 있을 지는 김영권 스스로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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