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베테랑 이근호(강원)의 모습은 이제 막 대표팀에 입성한 신인 같았다.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도 아낌없이 체력을 소진하면서 한국 축구의 위기 탈출에 힘을 보탰다. 

이근호는 5일 자정(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0차전에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이란전에서 벤치를 지켰던 이근호는 출격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본래 포지션은 오른쪽 측면이었지만 늘 그랬듯 장소에 국한받지 않았다. 우리가 수세에 몰릴 때면 수비 라인까지 부리나게 달려왔고 드리블 돌파시 공을 빼앗기면 곧장 수비 모드로 자세를 바꿨다. 
 

후반 13분에는 위협적인 슈팅까지 선보였다. 김민우(수원)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반대쪽 골대를 바라보며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공은 아쉽게 뒤를 맡긴 채 벤치로 향했다. 
 

이근호의 임무는 거기까지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온 그의 체력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벤치에서는 이근호를 대신해 염기훈(수원)을 준비시켰다. 
 

이때 변수가 등장했다. 권창훈(디종)이 벤치를 향해 더 이상 뛰기 어렵다는 사인을 보냈다. 신태용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이근호 대신 권창훈을 불러들였다. 
 

그라운드에 남겨진 이근호는 다시 힘을 냈다. 후반 30분에는 염기훈의 크로스에 몸을 던지며 발을 갖다대려고 했다. 공과의 거리가 제법 멀었지만 이근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근호는 3분 뒤 진짜로 교체됐다. 팬들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 모든 것을 불사른 이근호는 이동국에게 넘겨준 뒤에야 휴식을 취했다. 
 

경기 후 이근호는 “다행스럽게도 월드컵에 나가게 돼 기쁘다. 정말 부담도 많았고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다행스럽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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