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포미닛’ 출신 전지윤(27)은 조급해보이지 않았다. 포미닛 해체 후 둥지를 튼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중도해지 했지만 오히려 홀가분해보였다. 

완벽한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묻어났다. 12일 공개하는 새 싱글 ‘저기요’는 전지윤이 맨손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걸 알리는 신호탄이다. 

최근 청담동에서 만난 전지윤은 “모든 결정을 혼자 내리니 책임감이 커진 어려움이 있다”며 “숙제를 하나 하나씩 풀어나가는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 발표하는 음악 하나하나마다 제 색깔을 자유롭게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누군가가 강요하지 않는 음악을 할 수 있으니까요”

한국의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와 미국 작곡가 테일러 파크스가 협업한 ‘저기요’는 복고풍의 팝 장르다. 래퍼 키썸이 피처링을 했다. 애초 지난 7월 발표가 예정됐던 곡인데 소속사와 문제등으로 미뤄졌다. 

만들어놓은 곡이 많다는 전지윤은 “보석함에 쌓여 있는 걸 하나씩 꺼내놓을 것”이라면서 “길게 내다보고 대중들과 천천히 교감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포미닛의 ‘핫이슈’로 데뷔한 전지윤은 퍼포머 그리고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2(2015)를 통해 래퍼의 이미지가 강하다. 

솔로 데뷔한 이후에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솔로 첫 싱글 ‘낮 앤드(AND) 밤’ 수록곡인 ‘내가 해’와 ‘자석’ 모두 그녀가 작사·작곡을 했다. 

포미닛에 몸담고 있던 3~4년 전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송캠프에 참여했다. 이번 ‘저기요’에도 참여한 파크스를 만나게 된 계기도 됐다. 

이지 팝 계열의 ‘저기요’는 사실 전지윤의 기존 강한 이미지에 부합하는 곡은 아니다.

그녀는 “저를 대중에게 편안히 드러낼 수 있는 곡”이라며 “대중에게 솔로로서 본격적으로 말을 거는 느낌이죠. 다양한 전지윤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지윤은 “올해 겨울까지 자신의 다양한 얼굴을 천천히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라며 “대중들의 마음을 천천히 똑똑똑 노크하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포미닛이 지난해 6월 해체한 뒤 전지윤은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왔다.

그녀는 “1년2개월 동안 좋은 일도 많았고 나쁜 일 역시 많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시간들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전지윤은 “1년여 동안 제가 더 단단해진 느낌이에요. 그래서 지금 혼자 할 수 있게 됐다”며 “제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나 확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어요. 지금은 제 음악에 제 정체성이 묻어난다”고 힘줘 말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음악을 즐겨 듣고 드레이크처럼 래퍼와 보컬의 경계를 넘나들고 싶다는 전지윤이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무엇일까. ‘자신의 개성이 묻어나는 곡’이다. 

“최근 대중음악계 흐름을 보면 장르의 벽이 무너진 거 같아요. 드레이크처럼 래퍼가 노래도 잘 하고 어느 한 영역의 음악만 하지 않죠. 그 가운데 자신의 인장이 묻어나 있으면 좋은 음악이라고 봐요” 

전지윤은 오는 26~28일 상암동 일대에서 열리는 ‘2017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에 참여해 본격적인 해외 진출도 타진한다. 

2세대 걸그룹 출신 솔로 가수인 전지윤은 이제 3~4세대 걸그룹 멤버들이 자의든 타의든 따라가야 하는 길을 만들게 됐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청하자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본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크업을 하면 누구든 화려하고 다 예뻐요. 그런 상황에서 주목을 받으면 마음이 붕 뜨게 되는데 시간이 소비되는 일도 많아지죠. 그 시간에 에너지를 자신에게 쏟고 방향성을 확고히 하는 게 필요해요”

전지윤도 다양한 고민 끝에 그 방향성을 찾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이다.

“처음에는 급해서 여러 생각을 했어요. ‘이름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부터 별의별 생각을 다했죠. 근데 좋은 음악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더라고요. 길게 한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올해 메리 크리스마스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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