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렉트로닉 팝 듀오 ‘체인스모커스(The Chainsmokers)’가 편견을 깨부쉈다. 

지난 12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6 더 체인스모커스’에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이 단지 몸을 맡기고 흔드는 음악뿐만 아니라, 감상용 음악도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로즈스(Roses)’, ‘파리스’ 등 멜로디컬한 곡들은 어느 기존 팝·록 음악보다도 관객들의 떼창을 부르기에 제격이었다.  

DJ로는 드물게 노래도 하는 체인스모커스 멤버 앤드루 태거트는 ‘올 위 노(All We Know)’를 부를 때 플로어 석까지 내려왔다. 

반면, ‘언틸 유 워 곤’(Until you were gone)’은 빽빽한 밀도와 진동하는 사운드로 EDM 음악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묵직한 저음이 깔린 전자음이 가슴을 강타한 이날 공연은 EDM 공연이 클럽용을 넘어 종합 예술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입증한 자리이기도 했다.

팝아트 같은 애니메이션이 스크린을 수놓았고 조명은 K팝 아이돌 군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다양한 음악을 믹스하는 EDM 공연 특성상 문화 용광로와도 같은 공연이었다.

힙합계 가장 핫한 인물인 켄드릭 라마의 ‘험블’, EDM계 블루칩인 캘빈 해리스의 ‘하우 딥 이스 유어 러브(How deep Is Your Love)’,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등이 다양하게 변주됐다. 공연장 내 분위기는 더 뜨겁게 펄펄 끓었다.
 

체인스모커스는 앞서 2015년 서울에서 열린 댄스 음악 축제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로 내한한 바 있으나 단독으로 한국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부산 KBS홀 공연 역시 관객이 가득 찼고 이날 잠실 실내체육관은 최대 규모인 8500석을 매진시켰다. 

공연장 앞에는 ‘표를 구한다’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한두명이 아니었다. 

이날 공연의 또한, 정점은 대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깜짝 등장했을 때다. 체인스모커스와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2017 미국 빌보드 뮤직어워드(BBMA)’에서 처음 만났다. 

체인스모커스가 이날 콘서트에 방탄소년단을 초대했고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지난해 빌보드 싱글 차트 12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체인스모커스의 ‘클로저’를 함께 불렀다. 

체인스모커스는 오는 18일 발매되는 방탄소년단의 새 미니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의 수록곡 ‘베스트 오브 미(Best Of Me)’를 협업했다.

이후에도 공연의 정점은 이어졌다.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과 함께 작업한 ‘섬싱 저스트 라이크 디스(Something Just Like This)’가 울려퍼지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지난 4월 잠실실내체육관 바로 옆 올림픽주경기장에서 9만명을 열광시켰던 콜드플레이의 ‘옐로’가 나오자 객석이 휴대폰 불빛으로 수놓아지기도 했다.

잠실벌은 다시 ‘노란 세상’이 됐고 떼창도 이어졌다. 

체인스모커스의 대표곡 중 하나인 ‘돈트 렛 미 다운’이 피날레를 장식했고 공연장 안에서는 종이 가루가 날아다녔다.

오리지널티와 카피본의 다양한 변주가 뜨겁게 뒤섞인 이날은 EDM 공연이 단지 DJ가 USB로 폼만 재는 콘서트가 아님을 항변했다.

단지 플로어의 열광을 뒷받침하는 쿵쾅거림이 아닌 음악 감성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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