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현실도 ‘이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야?’ 하는 게 많잖아요. 이 시대와 맞지 않을까 생각해서 만들었습니다.”
 

현실 같은 게임, 게임 같은 현실. 영화 ‘조작된 도시’의 전체적인 맥락이다. ‘웰컴 투 동막골’ 이후 12년 만에 돌아온 박광현 감독은 지난 1월31일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작된 도시’는 단 3분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남자가 게임에서 만났던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반격을 펼치는 범죄액션영화다. 게임 속에서는 완벽한 리더이지만 현실에서는 백수인 ‘권유’를 차세대 배우 지창욱이 연기했고 이를 돕는 멤버들을 심은경, 안재홍 등이 연기했다.
 

게임이 소재로 들어간 만큼 이 영화는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기 어려운 액션장면들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게임은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고, 주인공이 헤쳐나가는 긴박한 현실은 마치 게임 같기도 하다.
 

극 중에는 주인공 ‘권유’가 어머니와 만나는 환상,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슬로모션 등이 현실감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마치 ‘웰컴 투 동막골’에서 팝콘이 터지는 장면과 같은 느낌이다. 이는 박 감독 자신에게도 중요한 연출기법이다.
 

“저는 사건을 전개되는 과정에서 너무 복잡할 때 논리적이기보다 감성적인 논리체계를 가져오는 편입니다. ‘웰컴 투 동막골’에서 남·북한 병사가 총을 내려놓게 하는 마법 같은 것, 논리적 비약 같은 화법이죠.”
 

그는 “게임 속 상황, 게임을 할 때 ‘이런 기분이야’ 하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극 중 국선변호사 역할을 맡은 오정세도 처음에는 캐릭터를 잡기가 힘들었다고 전했다. “감독님이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이긴 해야 하는데, 다른 영화보다는 두 톤 떠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영화 속에서 지창욱은 게임 속 능수능란한 실력과 달리 현실에서 처참히 부서지게 되는 역할을 맡는다. 살인자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가는 역이다.
 

게임처럼 만든 영화이지만 교도소 장면들은 지나치게 처절한 현실들이 담겼다. 그만큼 지창욱도 이 장면을 연기하는 것이 힘들었다. “교도소 장면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영화보다 훨씬 많은 분량만큼 (두들겨)맞았죠.”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박 감독과 만난 뒤에는 이 영화에 대한 확신이 서 있던 상태였다. 그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심은경도 “제가 먼저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상호는 최근 맡았던 배역들과 달리 이 영화에서 잔인한 악역을 맡았다. 그는 “짐승 같고 본능적인 역할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그 역할을 감독님이 주셨다”고 덧붙였다.
 

게임처럼 발랄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시원한 액션영화이긴 해도 이 영화에는 현실에 대한 많은 상징과 비유들을 담았다는 게 박 감독의 말이다.
 

극 중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무장이 그 예다. 일반적으로 아줌마 같은 스타일의 배역을 떠올리기 쉽지만 일부러 늘씬한 미녀를 캐스팅했다. 소속사 대표에게 가서 설득까지 하면서 고른 인물이다.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현실 속 악당과 이를 움직이는 힘, 그 연결고리를 상징화한 역할이다. 결국 그녀는 마지막에 잡히지 않은 채 떠난다.
 

“악당은 쉽게 죽지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를 놔둬야만 이런 이야기는 또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놓아줬습니다.” ‘조작된 도시’는 오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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