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7시 일본에 다시 돌아온 한류를 환영하는 열기로 요코하마가 후끈 달아올랐다. 약 1만5000명의 일본 케이팝(K-POP) 팬들이 한국어로 트와이스의 인기곡 ‘너무해’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며 시작된 ‘2017 MAMA(Mnet Asian Music Awards) in Japan’가 11월29일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렸다.

일본에서 처음 개최된 이날 MAMA에 일본 공영방송 NHK의 2017년 ‘홍백가합전’에 한국 가수로는 6년 만에 초청돼 침체돼 있던 일본 내 한류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트와이스를 비롯해 EXO-CBX, 몬스타엑스, 워너원, 세븐틴 등 일본에서 한류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 가수들이 대거 참가했다.

첫 등장은 원조 한류 가수 보아였다. 그녀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보아는 지난 2001년 일본에 데뷔한 후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오리콘 주간 앨범차트 1위에 올랐으며, 7개 앨범 연속 오리콘 주간 앨범차트 1위에 오르는 독보적인 기록을 세웠다.

또 일본에서 처음 열리는 MAMA를 축하하기 위해 일본의 국민 걸그룹인 AKB48이 지난 2016년 Mnet의 ‘프로듀스 101 시즌1’ 방송을 통해 탄생한 신예 걸그룹 I.O.I와 합동 무대를 펼쳤다. I.O.I의 ‘픽미’, AKB48의 ‘헤비로테이션’ 등의 곡을 두 걸그룹이 함께 부르자 관객들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케이팝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일본 데뷔 첫 해인 올해 NHK의 ‘홍백가합전’ 출연을 확정한 트와이스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 일어나 야광 응원도구를 흔들었다.

그러나 시상식의 열기와 흥분이 최고조로 달하게 한 것은 EXO-CBX, 워너원, 세븐틴 등 이른바 댄스 퍼포먼스로 일본 소녀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이었다.

K-POP 한류 부활을 일으킨 주역이 10~20대 젊은 일본 여성이라는 이야기가 사실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지난달 14일 일본의 10~20대가 SNS를 통해서 알게 된 한국 문화, 음악이 한류를 부활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성세대들이 한·일 간의 관계 악화 등에 신경을 많이 써 한류의 부침에도 영향을 끼쳤지만 최근 젊은층은 그런 경향이 엷어졌다고 분석했다. 즉 ‘한국이라서’라는 생각 없이, 한류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한글을 사용하는 것에도 크게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EXO-CBX의 팬 이토 에리코(伊藤えり子·17)는 두 시간 걸려 사이타마(埼玉)현에서 왔다면서 “티켓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EXO-CBX의 노래는 모두 한국어로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주최측은 일본에서 처음 개최하는데다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최근 한·일 관계가 더 경색돼 걱정했지만 일반 관객석 1만3000석이 모두 매진됐다고 밝혔다. 티켓은 한 장당 2만엔(약 20만원)이다.

도쿄에서 온 아리모토 가나코(有本佳奈子, 18)는 “SNS를 통해 워너원 노래를 알게 됐다”며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춰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일본 개최는 올해 초 MAMA 기획 단계부터 예정돼 있었다고 한다. 일본은 아시아 최대 음악시장이며, 케이팝을 비롯한 한류가 시작된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일본 도쿄에서 한류 페스티벌 ‘KCON’을 열고 있는 주최 측은 올해 5월에 열린 이 행사에서 20대 이하 관객이 56.8%에 달하는 것을 보고 관객층 및 반응이 예년과 다르다는 점을 실감해 일본에서의 개최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한다.  

올해 9회째를 맞는 MAMA는 종합 컨텐츠 기업 CJE&M이 주최하는 음악 시상식이다. 1999년 국내에서 ‘M.net 영상음악대상’으로 시작해 2009년을 기점으로 아시아 음악 시상식으로 확장됐다. 지난 2010년부터 마카오 개최를 시작으로 해외로 진출했으며, 2011년 싱가포르,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홍콩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베트남, 일본으로도 확장했다.  

특히 이번 일본 시상식은 지난달 25일 베트남에 이어 개최됐으며,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EXO-CBX 등의 활약으로 일본에 케이팝 한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는 시점에 이뤄져 더 관심이 모였다.

출연자 및 사회자는 간간히 일본어로 인사하거나 소감을 말하기도 했지만 이날 시상식은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됐다.

일본어로 된 자막이 있었지만 자막 스크린을 쳐다보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관객들도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불렀다. 다시 돌아온 한류 바람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