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겨울 극장가를 달군다. 이전에도 일본 문학은 일본 현지 영화계는 물론 한국 영화계에도 일정 수준 이상 영향을 줘왔다. 그 영향 아래 있는 최근 작품들이 바로 박신우 감독의 ‘백야행’(2009), 변영주 감독의 ‘화차’(2012), 방은진 감독의 ‘용의자X’(2012), 이정호 감독의 ‘방황하는 칼날’(2013) 등이다.


다양한 장르 문학이 발전해 있으면서 한국과 유사한 감성을 지닌 나라가 일본이라는 점, 히가시노 게이고·미야베 미유키 등 일본 장르 문학 작가들의 작품이 유독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일본 소설을 한국 영화로 옮겨올 여지를 넓힌다. 올 초 개봉하는 작품 중에도 일본 문학과 관련한 작품이 있다. 한국영화 두 편과 일본영화 한 편이다.


◆ 이사카 코타로 작가의 대표작 ‘골든 슬럼버’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만큼은 아니지만 일본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이사카 코타로(47, 伊坂幸太)라는 이름 역시 익숙하다. ‘그래스 호퍼’ ‘러시 라이프’ ‘사신 치바’ ‘마왕’ 등은 이미 국내에서도 많이 읽힌 작품이다. 수많은 히트작이 있는 그이지만 지난 2007년 발표한 ‘골든 슬럼버’는 그중에서도 코타로를 대표하는 소설이다. 평범한 택배 기사가 어느날 갑자기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되고 체포를 피해 도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0년 일본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졌다.


다음 달 24일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골든 슬럼버’(감독 노동석)는 원작의 이런 설정을 대체로 따라가는 작품이다. 택배 기사가 주인공인 것은 같다. 원작 배경인 센다이를 광화문으로 옮겨왔고 총리 대신 대통령 후보자가 살해당하는 것으로 바꿨다. 강동원이 도망치는 택배 기사 ‘건우’를 맡았고 한효주·김의성·김성균·김대명·유재명 등이 출연한다.


◆ 이토록 아련한 멜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2007) 등은 흔히 말하는 ‘일본 감성’으로 한국 관객 눈물을 훔친 멜로영화다. ‘러브레터’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과 함께 우리나라 관객이 ‘일본 로맨스 영화’를 꼽을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만든 작가가 바로 이치카와 다쿠지(56, 市川拓司)다.


다쿠지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 한 편이 올해 상반기 개봉을 앞뒀다. 손예진과 소지섭이 주연을 맡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다. 1년 후 비가 내리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난 아내 ‘수아’(손예진)가 1년 뒤 기억을 잃은 채 남편 ‘우진’(소지섭)에게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소설보다 더 유명한 작품. 다케우치 유코와 나카무라 시도의 절절한 멜로 연기가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멜로 연기로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인 손예진과 소지섭의 감성은 원작과 또 어떻게 다를지 기대를 모은다.


◆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포털 사이트에 ‘히가시노 게이고 영화’라고 검색하면 스무 편이 넘는 영화가 나온다. 다시 말해 그의 소설은 대부분 영화로 만들어졌고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쯤 되면 미국에는 스티븐 킹, 아시아에는 히가시노 게이고(60·東野圭吾)가 있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만큼 그의 소설들은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았고 그 특별한 애정만큼 자주 영화화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지난 2012년에 국내 번역·출간돼 30만부 이상 팔려나갔고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제치고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 된 이 작품 또한, 영화로 만날 수 있다.

히토키 류이치 감독이 영화로 옮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다음 달 말 개봉할 예정이다. 30여년 동안 빈 채로 방치된 잡화점에 숨어든 좀도둑들이 기묘한 고민상담 편지를 받고 답장을 보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야마다 료스케·무라카미 니지로·칸이치로 등이 출연했다. 소설의 인기를 발판삼아 영화도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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