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기자 /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숙면을 취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롯데콘서트홀. 배우 강석우의 너스레에 공연장에 살짝 감돌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날은 ‘클래식 전도사’로 통하는 강석우가 진행을 맡은 ‘롯데콘서트홀 엘콘서트-강석우의 온 에어 콘서트’ 첫날이었다. 지난 2015년 9월 시작해 1년 만에 동 시간대 청취율 1위를 기록한 CBS 음악FM(93.9MHz) ‘아름다운 당신에게’(아당) DJ인 그답게 무대에서도 떠는 법이 없었다. 

오케스트라 앞에 차려진 라디오 부스 같은 공간에 앉아 이날 코리아쿱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조정현, 피아니스트 장형준,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과 전문성, 유머 등을 고루 갖춘 인터뷰를 해나가는 모습은 프로 마티네 콘서트 진행자 이상이었다. 

이날 콘서트가 끝난 직후 만난 강석우는 “청중 스스로 음악을 듣고 느끼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게 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음악을 듣고 느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죠. 초등학생 역시 교과서대로 느끼지 않았어도 그 감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웃긴 노래라고 해도 아이가 ‘슬펐다’고 하면 슬픈 것이죠. 그렇게 하면서 음악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보통 분들은 클래식을 감상할 때 자신감이 없어요. 음악은 자신이 듣는 대로 느끼면 되는데요. 그런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이날 강석우의 진행은 능수능란했다. 자주 비교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루비슈타인과 호로비치에 관해 각각 청중의 몸을 뒤로 젖히게 하거나 앞으로 내밀게 한다며 음악 색깔 차이를 쉽게 설명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A장조 K.488이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언급된 사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삽입된 사실 등을 말하며 객석과 클래식의 거리감도 좁혔다. 평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모차르트와 베버가 먼 사촌이라는 사실도 전해 해박함도 뽐냈다. 

강석우는 “마티네 콘서트는 너무 음악적인 부분만 강조할 수 없고 재미만 추구할 수도 없어요”라며 “그 사이에서 균형감과 수위 조절이 필요해요. 지속해서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음악적인 구조는 전문가들이 할 이야기이고 제 역할은 청중이 어떻게 하면 클래식 음악에 흥미를 갖고 더 좋아할지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죠”라고 부연했다. 

“초반에 테이블 위 ‘온 에어 콘서트’라는 붉은색 글씨 조명이 켜지지 않았던 것은 설정이었어요. 그렇게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는 무대 연출이 필요하죠. 어쩌면 20년 지나 기억나는 것은 이날 들은 음악이 아니라 그런 사소한 것일 수 있어요. 그러면서 음악도 떠오르게 되는 것이죠”

지난 1970~1980년대 대표적인 꽃미남 스타였던 강석우는 이제 명실상부 클래식계 사람이 됐다. ‘중년계의 꽃미남’ ‘중년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을 받으며 팬을 몰고 다닌다. 이날도 다른 공연장의 수줍은 청중과 달리 공연 끝 무렵, ‘아름다운 당신에게’ 애청자라며 콘서트 소감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1978년 영화 ‘여수’로 데뷔해 올해 연기 데뷔 40주년을 맞은 강석우는 지난해 KBS 2TV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 출연하는 등 연기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음악계에 더 가까워졌다. 유명 연주자 공연은 물론 일주일에 최소 2~3번은 클래식 공연장 객석에 앉아 있는 그를 발견할 수 있다. ‘4월의 숲속’ 등 이미 가곡 두 편을 발표한 가곡 작사·작곡가이기도 하다. 베토벤이 교향곡 6번 ‘전원’을 작곡한 곳이자 유서를 남겼던 곳이기도 한 오스트리아 하일리겐슈타트를 지난해 9월 여행하며 받은 영감을 담은 셋째 가곡도 최근 완성했다. 

강석우는 “음악이 너무 좋아요. 제 삶에 계속 흐르고 있어야죠. 이제부터 음악은 제 인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강석우의 온 에어 콘서트’는 오는 2월, 4월, 6월까지 이어지며 하반기 공연도 구상 중이다. 그는 앞으로 음악가의 이면에 관해 편안하게 이야기해주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예를 들어서 연주자와 함께 쇼팽에 관해서만 수다를 계속 떨며 연주도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것이죠. 브람스, 클라라, 슈만의 삼각관계도 할 이야기가 많죠. 그러면서 그들의 삶을 유추하고 음악적 상상력을 갖게 될 수 있죠. 클래식 음악을 경건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그런 편견을 뒤흔들고 싶어요. 듣는 주체는 본인인데 딴 사람 눈치를 볼 필요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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