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 가운데에서 우리는 민족상잔(民族相殘)의 큰 아픔이 있었다. 전쟁으로 인한 흉년과 질병, 거기에 전통적인 농경 생활은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던 시대였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21세기에 들어 온 지 벌써 20년이 가깝다. 그 동안 숱한 어려움을 역사의 뒤안길에 묻고 이제 우리도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지난날을 생각하면 감격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돌이켜 보면 선진국이 되기 직전부터 우리의 생활은 궁핍에서 벗어나 차츰 유족해 지고 편리해 졌다. 더욱 괄목할만한 것은 옛날과 크게 바뀐 목욕 문화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 사람들의 목욕은 여름 한 철 뿐이었다. 농촌 사람들이 여름이 아닌 계절에 목욕을 하려면 집에서 물을 데워 간소하게 몸을 씻는 정도가 목욕의 전부였다. 그러다가 여름이 시작되는 6월 하순부터 8월이 되어야 냇가나 저수지 등에 가서 목욕도 하고 온몸으로 물맛을 즐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젠 계절에 관계없이 가정에서도 목욕 시설이 돼 있어 간단한 목욕은 언제나 하고 싶을 때 할 수가 있다. 또 더 긴 시간 목욕을 즐기려면 동네 목욕탕에 가면 된다. 때에 따라서는 24시간 운영하는 찜질방에 가기도 한다. 모두가 저렴한 가격으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몇 시간이건 목욕을 즐길 수가 있다. 

공중목욕탕에서는 공중도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도 목욕탕에 오는 손님들 중에는 상식에 벗어난 사람들이 더러 있다. 

‘탕 안에 들어 갈 때에는 반드시 몸을 씻고 들어가세요.’ 라는 주의 말이 벽에 붙어 있는 데도 소용이 없는 사람들이다. 몸도 안 씻고 곧장 탕 안으로 들어오는 자가 그런 자들이다. 탕 안에 있는 물은 그런 자들의 부유물이 둥둥 떠다닌다. 

내친김에 목욕탕을 잘못 사용하는 사례를 더 짚어 보면 이렇다.

어떤 자는 탕 안에 들어가서 면도질을 하고, 탕 안에서 양치질까지 하는 이도 있다. 또 탕에 있는 뜨거운 수도를 틀어 놓고 그 물에 면도칼을 헹구기도 한다. 뜨거운 물에 면도기를 소독하기 위해 그런다는 것이다. 참으로 꼴불견이요 가관이다. 면도기를 소독하고 싶다면 벽에 붙은 뜨거운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소독하면 될 일이 아닌가? 

비행(卑行)은 더 있다. 어떤 자는 샤워기의 물을 틀어 놓고 물을 비켜서서 면도를 하고 있다. 그러니 그 물은 쓰지도 않은 물이 그냥 하수구로 흘러간다. 자기 집에서도 그렇게 물을 낭비하는 지 궁금하다. 수건을 쓰는 데도 가지런하게 놓인 수건을 차례대로 한 장 집으면 될 것을 위에 있는 수건들을 젖히고 속에서 수건을 빼내는 이도 있다. 그러면 위에 있는 몇 장의 수건들은 헝클어지고 흩으러 지고 만다. 또 대게 이런 사람은 한 장만 꺼낸 게 아니라 두세 장은 보통이다. 그런가 하면 머리를 말리느라 선풍기를 틀어놓고 끄지를 않는다. 사람도 없는데 선풍기 혼자만 돌아가고 있는 것을 자주 본다. 전기 에너지를 아끼자고 많은 홍보를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에겐 우이독경이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선진국은 물질 풍요와 소득만 많다고 선진국일 수는 없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선진국이 될 만큼 높아야 한다. 선진국을 향하여 발돋움하던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이제 선진국 국민답게 의식 수준도 올라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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