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김윤희 자살예방센터장 “그들이 원하는 건 나를 이해하는 목소리”
안산시 김윤희 자살예방센터장 “그들이 원하는 건 나를 이해하는 목소리”
  • 권민지
  • 승인 2018.10.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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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지 기자 / 
 ‘자살공화국’ 그 탈출구를 찾아서…

“난 아무데도 쓸모가 없다” 생사의 벼랑 끝에 서있는 이들의 대다수는 자신을 이렇게 말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국 중에서 한국의 자살률은 2003년부터 현재까지 연속 1위. 한 해 약 1만3000여 명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목숨을 잃는 현재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자살공화국’이다. 이건 결코 오명이 아닐 수 없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어린 학생들과 직장과 삶의 터전을 잃어 우울증에 시달리는 중년, 외부와 단절된 채 단칸방에서 ‘고독사’하는 노인들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안타까운 사망 비보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판국에 여론은 대책을 강구하라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때문에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수많은 이들을 예방하고자 정부가 만든 기관이 있다. 바로 ‘자살예방센터’다. 

그 중, 경기도 31개 시군구에서 비록 평균보다 자살수치가 높지만 꾸준한 감소 성과를 보이고 있는 안산지역에서 김윤희 자살예방센터장을 만나 ‘자살예방 사업’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원칙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돌연 왜 자의적 죽음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추측으로 시작해 심리파악은 물론 죽음을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정황, 주변 인간관계 등 하루도 안 되어 그들의 신상이 낱낱이 파헤쳐지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듯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왜 그 이유를 아무도 몰라주는 것일까.  

“자살 기사를 접하는 사람들은 ‘안타깝다’, ‘원인에 대한 대책을 내라’ 등의 주장을 내세우죠. 하지만 정작 이들이 죽음으로 이르기 직전 가장 필요한 것은 나를 이해하는 누군가의 도움입니다”

2013년 설립되어 6년간 운영 되어 온 안산시 자살예방센터 역시 현 시대의 흐름에 맞는 대응 체계를 구축해 자살예방사업 및 생명존중문화 환경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경찰서와 응급의료센터 그리고 지역사회협의체 등으로부터 의뢰받은 자살 고 위험군의 사람들을 센터에 등록시켜 적극적인 개입과 맞춤형의 사례관리를 통해 자살 재 시도를 예방하고 건전한 삶을 리모델링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

또한 이들은 주위에서 생명을 포기하려는 이들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게이트 키퍼(Gatekeeper)’라고 부르는 자원봉사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서 주변에 있는 자살위험 신호자들을 발견해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센터로 연계해 줌으로써 자살을 예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센터는 ‘우울’ 및 ‘자살생각’검사 등을 통해 자살의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정신의학적 치료 또는 적절한 정서관리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집중적인 관리를 해 준다.

이외에도 생명을 사랑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안산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홍보와 캠페인 및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또한 자의적 죽음시도로 인해 발생되는 응급의료비와 입원비 등 사후 치료비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안산시의 자살현황을 보면 이틀에 1명꼴로 연간 200여명의 사람들이 자의로 목숨을 잃고 있어요. 이들 중 직장을 잃거나 사업 실패 등으로 삶을 포기한 ‘중·장년층(35세~64세)’이 절반이 넘는 비율로 가장 많고, 대다수는 무직이거나 경제적인 문제로 자신의 삶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게 실정이죠”

안산시 자살예방센터 개소 이후, 최근 5년간 안산시의 자살사망자 수는 222명(2013년)에서 181명(2017년)으로 꾸준한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2017년에는 경기도 자살률 순위가 6위에서 12위 아래로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김윤희 센터장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김 센터장은 인터뷰가 있기 불과 이틀 전 ‘자신의 두 아들과 함께 목숨을 끊겠다’는 신고를 받고 위기전담직원들과 함께 사례자의 집으로 출동했던 일화를 전했다. 

“직접 현장을 방문하면 분명 위험이 따르기도 해요. 하지만 직원들은 서슴없이 나서 그들과 1:1 대화를 시도하며 비상사태를 진정시키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쓰고 있어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바로 센터의 기본자세이자 일상입니다”

 

‘한 시간의 진정한 대화가 생사의 기로 바꿔’

안산시자살예방센터는 올해부터 응급 출동이 잦아지면서 예전에 비해 심층상담 건수 또한 많아 졌다고 했다. 상담이 많을 땐 하루에 4~5건 정도로 주로 센터의 상담실에서 실시하거나 가정 방문, 때로는 응급 시 위기출동을 나가서 현장 상담을 한다. 이외에 자살시도 흔적으로 응급실로 이송 된 사례자 또한 건강회복 후 센터의 상담과 관리를 받기도 한다. 

자살예방센터 직원들은 이러한 응급상황에 대처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지만 때로는 이러한 일들이 고되기도 하다. 민원콜센터로 걸려오는 장난전화나 성희롱을 일삼는 전화 또한 한 몫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매일 한결같은 미소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

지금껏 30년이 넘도록 쌓아온 김 센터장의 상담(개인/집단상담, 부부/이혼상담, 군/상담 등)노하우가 전수된 탓인지, 민원전화를 받는 센터 직원들의 밝은 목소리에서 차분하고 편안함이 느껴질 정도다.

“사례자의 하소연을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죽음을 택할 만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점차 해결 해 나갈 수 있는 사소한 갈등이 많아요. 놀라운 건 아무리 위급한 상황도 단 ‘한 시간’의 상담이면 그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 사람마다 성향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핵심을 제시해 주면, 사례자도 곧 수긍하고 마음을 열게 되죠”

 

“노인 사망이 극심한 어느 동네가 있었죠” 

세계보건기구는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030년이면 세계에서 최장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김 센터장은 몇 년 전부터 안산의 마을 노인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프로그램을 수행해왔다. 지속적인 전화 상담과 햇빛을 보기 위한 나들이, 기념일 챙겨주기 등 집중적인 관리를 이어간 끝에 현재 그 마을은 자살 없는 살기 좋은 우수마을로 거듭나 수년 동안 그 타이틀을 유지하는 중이다.

김 센터장은 향 후 생명사랑약국과 병의원 등을 곳곳에 운영 해 이웃 주민들의 건강과 삶을 더 가까이에서 살피고 생명존중 문화조성에 앞장 서 안산이 자살 없는 안전한 생명도시로 거듭날 그 날까지 온 힘을 다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전했다. 

“안타까운 사고는 멀리서 발생하지 않아요. 자주 가는 곳, 매일 인사를 나누는 이웃일 수 있어요. 우리가 좀 더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다면 비극적인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고 듣고 말하는 사소한 행동이 어쩌면 이웃의 잘못된 선택을 바꿔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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