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교수 / 한양대학교 융합산업대학원  부동산MBA 겸임교수 도시공학박사 / 부동산학박사 국민 대다수가 선호하는 주거 형태는 아파트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표준화, 규격화돼 있다. 정부 주도의 택지개발이 아파트 위주로 이뤄지고 생활, 편의, 교육 시설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왜 사람들이 전원주택, 상가주택, 다세대, 빌라, 연립 등의 주거 형태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일까? 집값 상승의 차이가 아파트 선호 배경이 될 수 있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월 이후부터 2018년 9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27.2% 올랐다. 반면, 이 기간 단독주택은 14.4%, 연립주택은 11.1% 오르는 데 그쳤다. 

아파트 선호의 다른 이유 가운데 유동성(流動性, liquidity)을 들 수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시세를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유동성과 연관된다. 유동성이란 어떤 하나의 자산을 손해 보지 않고 즉시 화폐와 교환할 수 있는 정도를 가리킨다. 화폐는 유동성이 완벽한 자산이다. 부동산은 채권이나 주식보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이다.

자산을 채권이나 주식, 부동산 등 수익을 내는 수익자산과 수익은 없지만, 유동성이라는 매력을 지닌 화폐로 나누어 보유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원할 때 원하는 재화(자산)를 살 수 있는 자유로움의 정도에 따라 유동성의 크기를 결정한다.

부동산 거래의 계약을 앞두고 심사숙고하는 이유 중에는 다른 자산에 비해 거래금액이 많다는 점도 있지만, 유동성과도 일정한 관계를 맺는다. 부동산 거래 시 가격의 합의 도출이 힘든 이유 가운데에는 소유자와 구매자 간에 각자의 유동성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함도 있다. 

또한,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을 치르기 위해 기존주택을 처분해야 하는데 매각이 지연돼 일정에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처럼 부동산에는 필요한 시기에 손실 없이 화폐로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동성은 이자율(수익률)과도 연관된다. 

사람들의 자산선택에 따라 정해진 화폐(돈)나 자산의 수요량이 각각의 공급량과 일치하도록 이자율이 결정된다. 사람들은 자산의 수익률이 현저히 낮아지거나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판단되면 화폐를 선택한다.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 보다 변하지 않는 화폐가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익률(이자율)이 높아질 자산을 선택하면 이전 화폐량보다 더 많은 화폐를 가질 수 있다. 부동산은 자산의 성격이 크면서 부동성(不動性)으로 인해 현금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부동산에서 유동성을 생각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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