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행산 주 필지난 4월 미국의 세계적인 컨설팅 전문기업인 맥킨지(Mckinsey)의 산하 연구소가 “한국 경제는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는 주전자 물속의 개구리 같다. 그러나 한국은 정작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내용의 평가서를 냈다.

맞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 사람들 스스로 모르고 있다는 지적은 틀렸다. 우리 경제가 지금 깨진 쪽박이 됐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그래서 걱정들이 많다. “너무 힘들다. 살아갈 일이 정말 겁이 난다” 지금 서민들의 이런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으로서는 듣기 싫겠지만, 경제가 이 모양이 된 것은 정부 정책 실패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오불관언(吾不關焉), 정책을 바꾼다거나 보완할 뜻이 없어 보이고 그냥 이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태세다.

위정자들은 입으로는 국민을 두려워하고 하늘처럼 받들겠다고 말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우중(愚衆)으로 얕본다. 그래서 정부가 한 번 결정한 정책은 선(善)이고 옳은 것이니, 어리석은 백성들은 그렇게 알고 그저 닥치고 따라오라고만 한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바꿔본다든지 하는 노력을 ‘정책 후퇴’로 생각하고 그냥 이대로 밀고 나겠다는 태도는 ‘오기와 고집’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그런 오기와 고집을 버리고 정책기조를 과감하게 바꿔 새로 출발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어느 정부, 어느 대통령치고 실패하고 싶어 하는 대통령은 없고 그런 정부도 없다. 결정한 정책이 옳다고 믿고 잘해보고자 하는 일심(一心)과 충정으로 혼신의 힘을 쏟는다는 것을 국민은 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책운영 과정에서 더러 실책이 노정될지라도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받아들이고 정책방향이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명백하게 틀렸을지라도 차차 잘 되겠거니 하면서 인내하고 기다릴 줄도 안다.

하지만 정부의 몇몇 정책은 이미 수정해야 할 시기가 지났다. 더 이상 실기(失機)하면 자해(自害)를 자초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저성장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이 그렇고 세금 퍼주기 포퓰리즘과 관제(官製) 일자리 만들기가 그러하며,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정책이 그러하다. 

정부의 기업을 옥죄는 반(反)기업 친(親)노동정책으로 대기업 중소 영세기업 할 것 없이 산업 생태계 전반이 새로운 산업동력을 발굴해내지 못하고 성장동력이 꺼져가는 가운데 기업 투자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문을 닫는 기업도 늘어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최악을 치닫고 양극화 개선은커녕 소득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 세계 경제는 호황을 누리는데 우리만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은 지지부진이다. 노동개혁은 실종되고 강성·귀족노조는 완장 찬 세력이 돼 기업을 옥죄고 있다. 지금 많은 공공기관이 민노총에 장악돼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난장판을 벌이면서 민노총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시행착오는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 나라 경제를 실험대에 올린 국정 폭주는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 이제는 역주행을 멈추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발문
위정자들은 입으로는 국민을 두려워하고 하늘처럼 받들겠다고 말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우중(愚衆)으로 얕본다. 그래서 정부가 한 번 결정한 정책은 선(善)이고 옳은 것이니, 어리석은 백성들은 그렇게 알고 그저 닥치고 따라오라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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