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은 하루라도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말을 할 때는 독백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상대가 있다. 대개의 경우 말하는 자는 혼자이고 듣는 쪽은 한 사람이거나 그 이상일 때가 일반적이다. 

보통 대화에서 말을 할 때는 지칭과 호칭이 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사람에 대한 지칭은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대명사이고 호칭은 다른 사람을 부르는 고유명사이거나 대명사이다. 

대화에서 아내가 자기 남편에 대한 지칭으로는 ‘우리 그 이, 우리 애기 아빠, 우리 그 사람, 우리 남편’ 등등인데 모두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일반적인 지칭이다. 

때론 특별하게는 ‘우리 서방님‘ 등으로 지칭하는데 이 또한, 애교로 받아 줄 수 있는 지칭이라 생각 된다.

그러나 다음 경우는 듣기에 참 불편할 뿐만 아니라 어폐(語弊)가 있는 지칭이다. 자기 남편을 다른 사람에게 가리킬 때,

‘우리 아빠’라고 하는 경우다. 남편을 가리키면서, ‘우리 아빠’라니…….

대화 과정에서 말을 쉽고 빨리하려다 보니 ‘우리 애기 아빠’ 라고 할 것을 ‘애기 이름(또는 자식 이름)’을 뺀 채 그냥 ‘우리 아빠’라고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경우의 말(言 語)은 전혀 다른 엉뚱한 말이 된다. 

원래 ‘아빠’라는 말은 아기(幼兒)때 말을 배우면서 쓰던 말로써 대여섯 살 이상 돼 유치원 이상 학교에 다닐 나이가 되면 ‘아버지’로 바꿔 불러야 하는데 그 시기를 지나도 계속 아버지를 ‘아빠’로 부르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자식이 성장해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정도 이상의 나이가 되면 ‘아빠’보다는 정중하게 ‘아버지’로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아니다. ‘아버지’라는 3음절보다는 2음절인 ‘아빠’로 부름이 편하고 오랜 습관이 됐기 때문이어서, 또는 사회 현상이 모두 그러기에 이제 와서 ‘아버지’로 고쳐 부르기엔 어색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번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또 하나 주로 젊은 층에서 남편에 대한 지칭이나 호칭을 ‘오빠’라고 하는데 정말 고쳐야 할 말이다. 

오빠는 여동생이 손위 남자 형을 가리키는 지칭이자 호칭임을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왜 그럴까? 연애 시절 또는 혼전에 좀 더 다정하게 지내기 위해 그렇게 했을 수도 있겠으나 결혼해서까지 자기 남편을 ‘오빠’라고 한다는 것은 안 될 말이다.

마지막으로 중년 이상의 연세 있는 아주머니들 중에 자기 남편에 대한 지칭을 아래와 같이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듣게 된다.

‘우리 집 아저씨~’ 이게 자기 남편에 대한 지칭이다. 이렇게 지칭하는 것은 자기 남편을 겸손하게 지칭한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겸손을 이런 식으로 써서는 안 된다. ‘아저씨’가 어떤 연유로 자기의 소중한 남편의 지칭어가 돼야 하는가? 

아저씨의 상대어는 아주머니이다. 그렇다면 자기의 남편도 자기 아내를 가리킬 때 ‘우리 집 아주머니’라고 한다면 그 아내는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들까? 

“ ‘어’야(해) 다르고 ‘아’야(해) 다르다” 는 우리 속담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말이 아닐까?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