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철 기자 /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사실을 묻거나 소문을 전달하는 것도 ‘2차 가해’이기 때문에 징계 대상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양현주)는 경찰관 A씨가 경기도남부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모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했다. 같은 부서 여성 경찰관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이유로 강등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피해 경찰관은 내부 감사에서 ‘상사가 너한테 성추행이나 성폭행한 게 있니’라고 묻거나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전달한 A씨 때문에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계급이 낮은 20대 여성 경찰관에 대해 성폭력에 관련된 2차적 가해행위에 해당하는 발언을 반복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소속 및 직무를 고려할 때 A씨에게 평균인은 물론 다른 경찰 공무원에 비해서도 높은 ‘성인지 감수성’이 요구된다 할 것”이라며 “경찰청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성추행·성희롱 등 성범죄 심각성을 강조하는 한편 성 비위를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관련 교육 등을 실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과 같이 피해 경찰에게 조언을 하려거나 소문을 전달하려는 취지에서 이뤄진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상대방에게 심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을 경미한 과실에 의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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