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 기자 / 보물들이 새로 탄생했다.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한 7건이다.

보물 제1929호 ‘김윤겸 필 영남기행화첩’은 진재(眞宰) 김윤겸(1711~1775)이 합천, 거창, 함양, 산청과 부산(동래) 등 영남의 명승을 유람하고 그린 화첩 14장이다. 18세기 후반의 대표적인 경상도 진경산수화다. 김윤겸이 지난 1770년(영조 46) 소촌 찰방으로 임용될 당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 선비의 여행과 시문서화 예술의 창작 상황을 잘 보여준다. 작품 자체로도 과감한 생략이 가미된 단순한 표현, 옅은 청색으로 표현한 해맑은 선염(渲染) 등 김윤겸의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잘 드러낸 대표작이다.

보물 제1930호 ‘청자 퇴화초화문 표주박모양 주전자 및 승반’은 퇴화(堆花) 즉 도자기 몸에 물감을 두껍게 올려 무늬를 만드는 기법으로 초화문(草花文)을 베푼 주전자와 밑받침 접시다. 주전자와 승반이 한 묶음으로 이뤄져 더욱 가치가 높다. 완전한 조합과 구성, 당당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몸체, 자유로운 필치로 정성스럽게 그린 생동감 넘치는 문양 등에서 세련된 퇴화 기법의 정수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수작이다. 

보물 제1931호 ‘청자 죽순모양 주전자’는 여느 상형청자에서 볼 수 없는 죽순을 형상화했다. 조형과 장식, 그리고 유색(釉色)이 완벽하게 조화된 최상급 상형청자로 평가된다. 기형의 독창성과 더불어 우아한 형태미, 유약을 바른 표면에 가느다란 금이 간 것(氷裂)이 거의 없는 무결점 표면, 은은한 광택의 유색 등 질과 조형적 완성도 면에서 최상급 상형청자의 본보기라고 할 만하다. 

보물 제1932호 ‘청자 투각연당초문 붓꽂이’는 상형과 투각(透刻)의 두 가지 기법이 어우러져 밀도 있게 표현됐다. 푸른빛 유색이 유달리 아름답다. 청자 붓꽂이는 남아 있는 예가 매우 드물다. 묵호·연적 등 문방구와 더불어 고급품이 대부분이다. 이 붓꽂이는 다른 붓꽂이에 비해 사각형 몸체와 용머리 장식이 더욱 인상적이다. 희소성 외에도 아름다운 조형과 유색, 투각·음각·양각·철화 등 다양한 장식기법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최상급 청자다. 

보물 제1933호 ‘경주 불국사 삼장보살도’는 지난 1739년 밀기, 채원, 서징 등 경북에서 활동한 승려들이 경주 거동사 오주암에서 제작해 불영사에 봉안했다는 분명한 화기를 남기고 있다. 18세기 전반기 삼장보살도 도상과 화풍연구에 중요한 자료다. 각 대중법회(會上)를 나란히 배열한 안정된 화면 구성과 격조 있는 인물 묘사, 세련되고 유려한 필치, 밝고 온화한 색감을 통해 높은 품격을 보여준다. 지물(持物)을 든 천장보살과 지장보살 아래로 부처를 좌우에서 모시는 두 보살(脇侍)이 보살이 아닌 무장(武將)형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삼장보살도가 팔공산 지역과 구미, 상주 일대 경북 중북부의 결합된 화풍을 담고 있다는 사실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보물 제1934호 ‘곡성 도림사 아미타여래설법도’는 도림사 보광전의 후불화로 봉안됐다. 지난 1730년 철매의 증명 아래 수화원(首畵員) 승려인 채인, 진행, 즉심, 각천, 책활 등이 제작한 것이다. 아미타여래와 관음·대세지를 비롯한 팔대보살, 그리고 권속들이 엄격한 좌우대칭을 이루며 짜임새 있는 화면구성을 갖췄다. 유려한 필선과 안정된 색감, 정치한 문양이 우수한 화격을 보여준다. 18세기 전반기 화풍과 화사(師)간 교류를 통한 화맥의 전승관계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보물 제767-4호 ‘몽산화상법어약록(언해)’은 중국 원나라의 고승인 몽산화상 덕이(1231~?)의 법어를 간략하게 줄여 적은(略錄) 것을 조선 초기의 승려 신미가 토를 달고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다. 간행 당시 인출한 초인본으로 원문이 손상되지 않고 전 장을 갖추고 있다. ‘훈민정음’이 반포되고 나서 머지않은 시기에 나온 도서라는 점에서 국어학 연구와 조선전기 출판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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