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사실 몸이 바뀌는 데 중점을 뒀는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아빠의 마음을 아는 게 어려웠어요.”
 

영화 ‘아빠는 딸’은 아빠와 딸의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코미디 영화다. 배우 정소민은 이 영화에서 10대 소녀이지만 40대 후반의 아빠가 몸에 들어와 좌충우돌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소민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동대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를 찍으면서 느낀 점을 이같이 말했다. 단순히 자세나 표정을 연기하는 것은 노력하면 되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고된 직장생활 등을 표현하는 것은 직접 느끼지 못해본 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저보다 나이 많은 역할을 하는 것도 어려운데 심지어 성별까지 다르니 너무 어려워 촬영 초반 ‘멘붕’이 왔어요. 가장의 무게, 만년과장이 직장인으로서 겪는 애환, 이런 것들을 마음으로 공감하는 과정이 어려웠죠.”
 

반대로 10대 딸이 자신의 몸에 들어온 아빠 역할을 한 윤제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시나리오 읽었을 때는 너무 재밌었다”며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는 실제로 하려니까 너무 힘들더라”고 했다. “재밌게 하려면 오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지 않으면 너무 다운되는 것 같고 해서 균형 잡는 게 힘들었습니다.”
 

윤제문은 영화에서 10대 소녀의 감성을 연기하기 위해 백설공주 손거울, 틴트 등을 들고 등장한다. 틴트를 입에 바른 뒤 입술을 모으며 ‘빠빠’ 소리도 능숙하게 냈다.
 

노래방에서 시스타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도 소화했다. 직장 동료로 등장한 이미도는 “(윤제문이)너무 유연하고 현란하게 댄스를 춰서 일부분 대역을 해주러 오신 분이 할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반면에 정소민은 영화에서 아저씨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연기를 펼친다. 중년 남성처럼 통기타를 들고 옛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연기해야 하는 탓에 석 달동안 기타 레슨을 받으면서 2곡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배우기도 했다.
 

“처음에는 팔자걸음을 연습하는데 몸에 안 붙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는 촬영장에 오면 저절로 팔자로 걷는 제 모습을 발견하면서 놀랐어요. 촬영 끝난 뒤 팔자걸음 고치느라고 신경 좀 썼죠.”
 

영화에는 연기자로 변신해 처음 도전하는 걸그룹 ‘포미닛’ 출신의 허가윤과 도희도 여고생으로 나온다. ‘응답하라 1994’에서 욕을 입에 달면서도 밉지 않은 연기를 선보였던 도희는 이번 영화에서도 ‘센 친구’로 등장한다. 사람의 몸이 서로 바뀌는 다소 진부해진 소재를 다룬 코미디 영화이지만 소통을 내세운 따뜻한 영화라는 점을 영화를 연출한 김형협 감독은 강조했다.
 

김 감독은 “뒤집어지는 코미디”라며 “절대 이해할 수 없을 듯한 아빠와 딸이 마음까지 바꿔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말했다. 다음달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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