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인 제목을 사용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보통사람으로 사는 게 가장 힘들고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죠. 또 지난 1987년에 모 대통령이 보통사람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당선된 점도 있고 해서 역설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 ‘보통사람’을 연출한 김봉한 감독이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밝힌 작명의 변이다. 
 

이 영화는 평범하지 않았던 시대에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민중의 힘으로 민주화의 불을 댕기던 지난 1987년을 배경으로 한 탓에 촛불의 힘으로 변화를 이끌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든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김 감독은 “기획한 것은 아니다”라며 “시의성을 맞춰 제작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장혁의 연기가 이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된 특정 인물과 비슷하다거나 하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시나리오 날짜도 보여드릴 수 있다”며 특정 인물 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영화 찍을 때는 ‘그 분’도 몰랐어요. 사실 투자도 잘 안됐고요. 죽을 둥 살 둥 제작비를 마련해서 찍었어요. 무슨 영화를 한두 달 사이에 찍어 개봉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요. 우연의 일치일 뿐이죠. 장혁 배우도 연기를 잘 한 것일 뿐이죠.”
 

장혁도 “절대로 성대모사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감정을 넣지 않고 의무적으로 얘기하는 말투를 생각해 툭툭 던지면서 권유형으로 하다보니 말투가 그렇게 나혼 것 같다”고 말했다.
 

“배역은 미워하되 배우는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시대와 상관없는 인물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이다. 손현주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버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던 그 시대 아버지의 고민을 치열하게 보여준다.
 

손현주는 “그때나 지금이나 아버지가 가정과 아이를 지키는 방법은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얼굴로 말할 것 같으면 장혁씨 빼놓고는 다 보통사람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배역 중에는 사건 조작의 피해자로 등장하는 조달환의 연기가 돋보인다. 
 

이번 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8kg 정도 뺐는데 ‘살 빼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실제로 내가 그런 상황에 닥친다면 나는 어떨까, 국가에서 이렇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습니다.”
 

‘보통사람’은 1987년을 배경으로 한 만큼 그 시대의 소품이나 분위기 등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장혁은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 영화처럼 현실이 그런지는 모르고 학교에 다녔다”며 “정말 공감한 것은 바나나, 저 바나나 하나 먹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고 공감했다.
 

김 감독은 “영화에는 여러 가지 실제 사건이 섞여있다. 연쇄살인마 김대두라는 인물도 있다”며 이를 모티브로 조달환이 연기한 ‘김태성’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 영화는 픽션과 팩트와 경계점에 있는 만큼 나름 숨겨놓은 것들을 찾아보시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통사람’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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