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한양대 겸임교수 도시공학박사/부동산박사
김상진 한양대 겸임교수 도시공학박사/부동산박사

 

학창시절 한때 다방(茶房)에서는 달콤한 비엔나커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휘핑크림을 얹은 비엔나커피는 젊은 시절의 여유였고 나름 호사로 불렸다. 팝송과 대중가요를 배경으로 어항 속 금붕어가 여유롭게 보이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기억 속의 다방은 도시의 급속한 팽창으로 어느 순간 모던한 인테리어의 옷을 갈아입고 커피숍으로 탈바꿈했다. 
맛이 쓴 커피에 두 스푼의 설탕을 집어넣고도 손이 가지 않던 커피를 우리는 언제부터 아메리카노라고 부르며 먹기 시작했을까? 20년쯤 된 것 같다. 지금은 도시민들의 커피 사랑은 대단해졌다. 
언제나 커피숍에서는 쉼 없이 대화하는 친구나 연인들,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통화하는 싱글족, 서류를 바쁘게 정리하는 비즈니스맨, 오랜만에 모임을 갖는 어머니들, 컴퓨터를 뚫어지게 보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도심 커피숍은 항상 다양한 부류들로 북적거려 무질서해보이기도 하지만 일정한 질서를 갖춘 도시의 축소판 같다. 
도시학자 올덴버그(Oldenburg)는 ‘정말 좋은 장소(The Great Good Place)’의 책에서 도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언뜻 보기에 커피숍은 소란함과 무질서가 난립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발적이고 비공식적으로 행복을 기대하며 모이는 시민들의 공공장소가 돼버렸다. 
지난달 2인 이하 가구는 1,296.3만 가구로 전체 2,200.7만 가구의 58.9%에 달하여 소형 가구가 대세로 굳었다.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일하는 직장환경은 사람들을 경쟁적이고 반사회적이며 고독하게 만든다. 
자신의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발휘하게 하는 도시의 삶은 녹록치 않다. 
도시민들은 개인과 가정, 직장 외에 제3의 장소(third place)에서 소통이 필요해졌다. 그것이 광장일 수도 있고, 공원, 서점, 조용한 벤치일 수도 있다. 행복을 만드는 제3의 공간, 젊은 청년들을 위해서도 도시의 아지트가 요구된다. 명랑한 분위기, 심리적으로 편안함과 토론이 있는 장소. 고압적이지 않은 자세를 가지며 매우 포용적인 도시 문화를 갈망한다. 
필자와 또래 친구들은 암기력을 기르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창작과 창조의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다.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세계 어디서든 네트워크를 통해 창의력을 발휘하는 창조 계급이 도시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이처럼 다양한 도시 문화가 반영된 제3의 장소가 매력적일수록 도시 에너지와 경쟁력은 항상 될 것이다. 이러한 제3의 장소가 적재적소에 배분된 지속 가능한 도시에 자본과 인재가 모여드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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