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직접 밥을 해 먹는 데 들어가는 쌀의 양이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시락, 김밥, 피자, 만두 등 조리 식품에 원료로 사용되는 양은 5년째 증가 추세다. 국민들의 식사 패턴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한 사람의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67.3g으로 1년 전(169.3g)보다 2.0g(1.2%) 감소했다. 1980년 조사가 잠시 중단된 후 1997년부터 재조사된 이래 1인당 1일 양곡 소비량은 매년 내리막길을 걸었다.
통상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은 90g 정도다. 결국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밥을 두 공기도 먹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루 쌀 소비량이 줄면서 국민 한 사람의 연간 쌀 소비량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년 전(61.8kg)보다 0.8kg(1.3%) 감소한 61.0kg으로 30년 전인 1988년(122.2kg)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1963년 105.5kg 수준이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 1996년 104.9kg을 기록하며 33년 만에 최저치를 새로 썼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22년 연속 최저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식료품 및 음료 부문 제조업 부문에서 제품 원료로 사용된 쌀의 양은 75만5664t으로 1년 전(70만7703t)보다 4만7961t(6.8%)이 늘었다. 가구 부문에서의 쌀 소비량이 지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과 달리 사업체 부문에선 2014년부터 5년 연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주정 제조업(18만7652t·24.8%)과 떡류 제조업(17만2317t·22.8%)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었다. 도시락, 김밥, 피자, 만두 및 기타 식사용 조리 식품(14만7474t·19.5%)에 사용되는 양도 상당했다. 특히 이 부문에서의 소비량은 1년 전보다 29.0%나 뛰어 예년(14.1%)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집에서 밥을 직접 해 먹는 빈도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대체 식품을 소비하는 경향은 늘어나 식사 패턴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쌀 소비량의 절대 수치가 줄었다기보단 가구 부문에서 줄어든 소비량이 식품 제조업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 제조업에서만 늘어난 쌀 소비량이 7만2000t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리쌀, 밀가루, 잡곡류(옥수수·좁쌀·수수쌀·메밀·율무 등), 두류(콩·팥·땅콩·기타 두류), 서류(고구마·감자) 등을 포함한 기타 양곡의 소비량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줄었다. 국민 한 사람의 연간 기타 양곡 소비량은 8.4kg으로 1년 전(9.1kg)보다 0.7kg(7.7%) 감소했다. 전체 양곡소비량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1%로 1년 전(12.8%)보다 0.7%p 낮아졌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잡곡(1.4→1.5kg) 소비량만 홀로 늘었다. 잡곡 소비량은 2009년(0.5kg) 이후 9년 만에 3배 수준으로 뛰었다. 이밖에 서류(3.0→2.6kg), 두류(2.2→1.9kg), 밀가루(1.2→1.1kg) 등은 모두 줄었다. 보리쌀 소비량은 1.3kg으로 전년과 같았다.
쌀과 기타 양곡을 포함한 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 중 98.5%가 주·부식용으로 소비됐다. 장류, 떡·과자류 등 기타 음식용으로 소비된 비중은 1.5%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8년(4.9%)의 ⅓에도 못 미쳤다.
이번 조사는 2017년 11월1일부터 지난해 10월31일까지의 양곡년도를 기준으로 한다. 군대·교도소·고아원·요양원 등 집단시설에서의 소비량은 조사 대상에 반영되지 않았다.
권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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