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트레킹 (24구간-25구간)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침잠하는 여행이 좋다
해파랑길 트레킹 (24구간-25구간)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침잠하는 여행이 좋다
  • 경기매일
  • 승인 2019.01.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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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안산시 중앙도서관장
최경호 안산시청 관광과장

 

처서가 지나 가을 기운이 완연해 지고 농작물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가 지났건만 볕이 따갑다. 기온은 잔뜩 성을 내며 달아올라 있었지만 절기는 절기다. 관광객이 빠져나간 해안가 민박집들은 적막이 흘렀으나 울진 특산물인 대게를 알리는 상징물들은 우리지역을 찾아와 달라며 깃발을 든 모습이었다.
이번 여행은 후포항부터 수산교까지 42.8km 트레킹이다. 해안의 모래톱 위로 갈매기가 앉아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평안한 풍경이다. 남대천에서 흘러 온 냇물이 바닷가 한치 앞까지 다가와서 바닷물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9월의 강물은 황금들녘의 넉넉함을 전했고 바닷물은 여름 내내 재잘거렸던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를 토해내며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톡톡 건드리고 있었다. 
벼들이 누렇게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들판에는 메뚜기가 깡충깡충 뛰어 다녔고 빨갛게 익어가는 고춧대에는 잠자리가 붕붕 날아 다녔다. 울창한 소나무가 큰 그늘을 만들어 놓은 곳이 보였다. 모래가 적당하게 길 위에 뿌려져 있어서 걷기도 좋은 곳은 월송정이었다. 중국의 월나라에서 소나무를 갖다 심어 송림을 만들었다고 한다. 관동8경 중 한곳이었던 월송정은 고려시대부터 문인들의 유람지였다.
  푸석거리는 땅 먼지를 가랑비가 잠재워 주는 곳에서 가끔 발걸음을 멈췄다. 올 한해는 참으로 비가 오지 않아 사람들을 애태웠고 메르스로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거북이가 토끼를 등에 태우고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문뜩 거북이와 토끼가 경주하는 장면이 클로즈업 됐다. 능력이 있다고 자만해 경주에서 패했던 토끼도 볼썽사나웠지만 낮잠 자는 토끼를 제치고 슬그머니 앞질러 간 거북이 행위도 탐탁하지 않았다. 거북이가 토끼를 등에 업고 천천히 라도 목표점을 향해 다가가는 모습을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기성면사무소 안내표지판을 보며 길을 찾았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어깨는 배낭에 짓눌렸다. 어느새 쨍쨍하던 햇빛도 시들해져 있었다. 기성버스터미널 주위는 면소재지 인데 한산했다. 숙박할 곳을 찾으니 동네 분이 사동항을 추천해 주셨다. 
한 두 방울 날리던 빗방울이 굵어졌다. 비를 피해 굴다리 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뒤쳐진 일행들이 후포항에 주차했던 차를 끌고 앞서 사동항 주변에 민박을 예약했다는 연락이 왔다. 철 지난 해안가는 정적이 흘렀다. 방이 3개인 민박집을 통째로 빌렸는데 두 쌍의 부부 여행자에게 각각의 방을 주고도 넉넉했다.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는데 저 멀리 도로에 오토바이와 함께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헐레벌떡 노인을 부축하고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웠다. 예순 정도 돼 보이는 이는 잔뜩 술에 취해 있었다. 그 양반은 술이 잔뜩 취해 혼자 빗길에 넘어 졌던 것 같았다. 고맙다는 말을 기대했는데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었더니 보따리 내노라는 듯이 명함을 달라고 하고 휴대폰으로 차량을 찍으려고 했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여행자들은 이를 화두로 소주 안주 삼아 들이키고는 민박집으로 돌아오니 집 주인은 그의 인상착의를 듣더니 그의 돼먹지 않은 행실에 혀를 찼다. 어쩌다가 술 한 잔 마시고 그런 것이 아니라 평상시도 문제가 있던 것 같았다. 남양주가 고향인데이곳이 좋아 정착하게 됐다는 민박집 주인은 내일 아침 라면 끓여 먹으라며 냉장고에 김치를 채워 놓았다. 
새벽바다를 보기 위해 동 트기 전에 몸을 일으켜 바다로 나갔다. 파도가 수없이 밀려왔다 밀려갔을 텐데 그리움이 남았는지 파도가 바위를 토닥거리고 있었다. 새로운 하루를 내놓는 사동항에서 동 트는 모습을 감상했다. 그동안 해파랑길을 걸으며 몇 번 멋진 일출을 맞이했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장엄했다.
도로변에는 물고기들이 벌 받는 자세로 매달려 있었고 건조 오징어를 파는 점포에는 할머니 모습을 한 가짜 사람들이 차량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짜가 많아 진 세상 때문인지 점포 앞에 차를 세우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포장도로를 걷다가 무료해지면 해안을 걸었다.
망양정이 보였다. 망양정은 길에서 한참 산으로 올라서야 했다. 뜨거운 햇빛으로 목이 타 들어 갔다. 기성망양정해수욕장 슈퍼에서 생수로 목젖을 적셨다. 망양정해수욕장 바다에 바위가 시원스럽게 몸을 닦아내고 있었다. 거북바위다. 
덕신해변을 지나니 강물이 보였다. 왕피천이다. 이곳 강물은 덕풍계곡에서 흘러들어 왔을 것이다. 물이 맑다. 연어가 살고 있다고 한다. 여행자들은 각자 자신의 발걸음으로 걸었다.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침잠하는 여행이 좋다. 수산교를 지나 엑스포공원 앞에서 만난 여행자들은 서로에게 수고했다며 격려를 했다.  참으로 더운 날씨였다. 
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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