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트레킹 (38구간-41구간)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여행은 더욱 즐겁다.
해파랑길 트레킹 (38구간-41구간)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여행은 더욱 즐겁다.
  • 경기매일
  • 승인 2019.03.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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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안산시 중앙도서관장
최경호
안산시청 관광과장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걷기 좋은 날에 남대천으로 이어지는 38코스를 직감으로 걸었다. 물가에서 저어새가 주위를 살피며 한 발 한 발 느릿하게 걷고 남대천 강물은 흘러 바닷물과 만나고 있었다. 가을 냄새를 맡으며 안도현의 시 <가을엽서>를 읊조리고 있는데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풍천장어 있잖아요! 그 풍천이 무엇을 뜻하는지 혹시 아세요?” 여행자들은 풍천을 지역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부는 하천. 그러니까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하구를 ‘풍천’ 이라고 하니 풍천장어는 그곳에 사는 장어라고 해요” 라고 말하며 “아침부터 소주 생각이 나나보죠” 하니 모두 폭소를 터트린다. 우리는 그렇게 해안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안목항과 송정해변을 거쳐 초당순두부촌에서 점심을 먹고 경포해변과 39코스 종착지인 사천진리해변공원을 거쳐 주문진항까지 32.5km를 걷는 일정이다.

올해는 무척 더웠는데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가을을 만끽하며 사람들은 바닷가를 걸었다.

철이 지났지만 송정해변에는 연인들이 밀애를 즐기고 있었다. 강릉커피거리에는 가을을 느끼려고 찾아온 관광객들로 넘쳤다. 배꼽시계가 울렸다. 우리는 초당두부촌으로 들어섰다. 짬뽕순두부가 유명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제일 붐비는 곳으로 들어섰다. 번호표를 받아들고 기다려 음식점 안으로 들어서니 마치 잔칫집처럼 북적거렸다. 중국음식점의 짬뽕과 달랐다. 2년 이상 개발했다는 음식은 맛있었다. 메밀로 만든 막걸리가 입에 쩍쩍 달라붙었다. 막걸리는 트레킹에 특효약이었다.

사천진리해변공원으로 가는 곳은 해송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새벽까지 내렸던 비는 신선함을 더해 주었고 먼지가 날리지 않는 땅은 푹신해서 발걸음을 춤추게 했다. 해송숲길은 고즈넉했다. 흑송이라고 하고 해송이라고도 하는 이렇게 긴 소나무 숲길은 처음 만났다. 여행자들은 각자 생각에 빠져 걸었다.

우리와는 반대로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하여 이곳까지 5일 동안 걸어왔다는 여행자를 만났다. 길에서 같은 처지의 여행자를 만나면 반갑다. 강릉시내를 들어섰는데 가로수로 심은 소나무가 철사에 매여 있었다. 하늘로 뻗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나무에게 고문을 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호승 시인은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고 노래했다. 나뭇가지도 아픔을 느낄 것이다. 인간이 너무 이기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진 시내는 3층 이하의 옛 상점들이 도로 양옆으로 들어서 있었는데 한쪽에는 인테리어를 잘 꾸민 미용실도 있었고 다방이라는 간판도 몇 개 보였다. 대부분의 지방도시가 그렇듯이 유입되는 인구가 없으니 굳이 비용을 들여 새롭게 단장하기가 쉽지 않아 새것과 옛것이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딩 너머로 풀이 죽은 햇빛이 마지막 힘을 과시하려는 듯 쨍쨍하다. 주문진항에 즐비하게 늘어 선 횟집들이 하나둘 불빛을 내보였다. 동해안으로 여행 왔으니 오늘 저녁 메뉴는 생선회를 하자는데 모두 동의를 했다.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서로 마음이 맞는 부분은 음식이다. 어쩌면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주장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동의를 함으로써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함께 여행 와서 자기주장만 하면 함께 여행하기가 싫어지는 것은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여행은 더욱 즐겁다.

소주 한 잔하고 숙소에 들어오니 바닷물이 철썩거리며 밖으로 나와 보라고 한다. 맥주 한 잔 앞에 놓고 컴컴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부산 오륙도부터 걸어 왔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몸들이 새벽 5시가 조금 넘었는데 일어서고 있었다.

창밖은 어둠이 짙었다. 오늘은 남애항과 광진해변을 지나 죽도정까지 12.2km를 걷는 일정이다. 50개 코스 중 41코스를 걷는 날이다. 어둠이 바다 속으로 꾸역꾸역 들어갈 때 해안선을 지키는 병사들이 수색을 하고 있었다. 어두컴컴했던 수평선에 빛이 내비추기 시작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면 늘 가슴이 뛴다.

양양으로 들어섰다. 속초 38km. 고성 63km라고 써져 있는 도로표지판이 보였다. 주문진해변부터 지경해변, 원포해변, 남애해변 그리고 광진해변으로 이어진 곳에는 카페들과 예쁜 펜션들이 자리하고 한쪽에는 윈드서핑을 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바닷가로 향하고 있었다. 가을의 양양은 젊은이들이 들떠 있었다.

10. 8.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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