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
효산 주광현

얼마 전이다. 모 TV방송에서 ‘청년 중학생의 꿈’이라는 자막(字幕)을 관련 화면과 함께 바탕 화면 아래에 띄운 것을 보았다. 
중학생이 ‘청년’이라니? TV 자막(字幕)을 보는 순간 ‘억지 춘향이 같은’ 어색한 생각이 들었다. 중학생을 ‘청년’이라 한다면 ‘소년’은 어느 시기인가?
인생을 나이에 따라 그 시기를 나누면 대개 아래와 같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1세~6세: 유아기, 6세~13세: 아동기(어린이기), 14세~19세: 소년기, 20~30대: 청년기, 40대~60대: 장년기, 60대 중반 이후: 노년기로 나누는 게 일반적이다. 
위와 같이 청년기 이전과 이후는 ‘세’와 ‘대’로 나누어 구분하는 게 일반적인 나눔이다. 즉 청년기 이전까지는 ‘세’로 나누고 청년기부터는 ‘대’로 나누어 구분하는 것이다. 
또한 각 시기 별로 경계선 상에 있는 나이는 한두 살 정도는 넘나들 수도 있다. 
이를 학령기로 나누면 이렇다.
유치원생: 유아기, 초등학생: 아동기(어린이기), 중·고등학생: 소년기, 대학생: 청년기로 나누게 된다. 그런데 ‘중학생’을 ‘청년’이라 부르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일반적으로 소년기와 청년기를 싸잡아 말할 때는 ‘청소년’이라고는 한다. 
그러나 두 시기를 나누어 각각 가리킬 때는 ‘소년기’와 ‘청년기’로 나누어 써야 할 것이다.
TV방송에서 ‘청년 중학생’이라고 한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매스컴의 대표 격인 방송에서 이런 실수를 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는 방송은 좀 더 신중하게 어휘 선택을 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남편과 신랑에 대한 가리키는 말(지칭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반의어(反義語이고, ‘신랑’과 ‘신부’도 역시 서로 반의어(反義語이다. 
이 네 낱말을 비슷한 말끼리 묶는다면 ‘남편’과 ‘신랑’이 한 편이 되고 ‘아내’와 ‘신부’가 그 상대적인 한 편의 어휘이다. 그러나 이렇게 비슷한 말끼리라도 이들을 서로 바꿔 쓸 수는 없다. 
즉 ‘남편’과 ‘아내’로 써야 할 때가 있고 ‘신랑’과 ‘신부’로 써야할 때가 있다. 혼인한 해수에 따라 구분해 써야 하기 때문이다. 
기혼자에게 있어 ’남편’과 ‘아내’는 신혼 초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기간에 구애(拘礙) 없이 쓸 수가 있다. 그러나 ‘신랑’과 ‘신부’는 갓 결혼했거나 신혼 초에 한해 쓸 수 있는 극히 제한적인 기간에만 쓸 수 있는 어휘이다.
그런데 ‘신랑’으로 지칭하기엔 어색할 만큼 혼인 한 지가 몇 십 년이나 지난 노인층에서도 남편을 ‘신랑’으로 지칭하는 것을 가끔 들을 수 있어 이럴 때는 씁쓸한 느낌이 든다. 
한정적인 기간에만 써야할 ‘신랑’이라는 어휘를 황혼기(黃昏期)인 70대 노인이 자기 남편을 ‘우리 신랑~’으로 표현한다면 그래도 될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다 보면 남편을 젊게 대접하려는 뜻에서 그렇게 하는 말이 아니고 ‘남편’과 ‘신랑’을 동의어(同義語/同意語)로 알고 언어 습관적으로 쓰고 있는 듯하다.
노인층에서 이런 오류가 예상 외로 많음을 본다.
말에는 격이 있다. 격에 어울리는 말을 해야 품격이 있음을 알고 격을 찾아 제대로 썼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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