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은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날 새벽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70세  사진은 세금 탈루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20일 오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하면서 횡령 혐의 등으로 진행 중인 그의 형사재판과 추가 수사가 향후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에서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조 회장의 3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13일로 연기됐다. 검찰과 법원은 조 회장의 사망이 공식 확인될 경우 조 회장에 한해 관련 사건 등을 종결 처리할 전망이다.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날 새벽 미국 현지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횡령·배임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된 상태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별세함에 따라 관련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부지법 관계자는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져 조 회장에 대한 재판은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신고서 등 서류가 접수된 이후 결정이 나는 것이라 오늘 안에 공소기각 결정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된 나머지 3명의 피고인이 있어 재판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이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의 출석이 의무가 아니다.

실제 남부지법은 이날 오후 "조 회장 재판은 검찰의 기일신청변경을 받아들여 5월13일로 기일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조 회장 수사는 지난해 4월30일 서울국세청이 조세포탈 혐의로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남부지검은 기업·금융범죄전담부인 형사6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조 회장을 피의자로 처음 소환해 약 16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벌인 뒤 7월초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에 속도가 붙는 듯 했으나, 법원은 피의사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조 회장을 한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지난해 10월 조 회장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사기·횡령 및 약사법 위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조사에서 추산된 조 회장의 횡령·배임 등 규모는 274억원이다. 2003년부터 지난해 5월에 걸쳐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트리온무역 등 명의로 구입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가 대표적이다.

이영환·추상철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왼쪽)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같은 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밀수·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영환·추상철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왼쪽)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같은 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밀수·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밖에도 조현아·원태·현민 3자녀가 소유한 계열사 정석기업 주식을 정석기업이 비싼 값에 되사게 해 41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과 '땅콩회항' 사건 및 조 회장의 형사사건 변호사 비용을 대한항공 자금 17억원으로 충당한 것은 각각 특경법상 배임과 횡령 혐의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또 재벌총수로서 이례적으로 약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조 회장이 2010년 10월~2012년 12월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 한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22억원 상당을 챙겼다는 혐의다.

재판은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않은 단계다. 지난해 11월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은 약 10분 만에 끝이 났고, 지난 1월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뒤 세 달만에 열리는 기일이었다. 조 회장은 두 차례 모두 출석하지 않았고, 변호인을 통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 적지 않은 법정다툼이 예고됐던 상황이었다.

이와 별개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월 조세포탈 및 횡령 등 혐의로 조 회장을 추가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이 고발한 사건과 경찰에서 수사해 송치한 자택 경비 비용을 계열사 돈으로 지급한 혐의 사건이다.

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노조 등은 지난달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 안건과 관련해 직원 주주들에게 위임장 작성을 강요했다며 강요죄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그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조 회장이 사망하면서 검찰은 해당 사건들에서 조 회장에 관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조 회장의 장례 절차 등을 이유로 법원에 기일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필리핀 여성들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위장 입국시켜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전 이사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조 전 부사장을 벌금 1500만원에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조 전 부사장도 약식절차가 부적절하다며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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