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경찰서 수사과 경위 손병찬
의정부경찰서 수사과 경위 손병찬

현행 수사구조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는 듯하다. 국민 70%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데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당사자인 검찰도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주장을 하기는 하지만 수사구조개혁의 취지나 당위성에는 반론을 펴지 못한다.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것이 수사구조개혁의 본 취지이기 때문에 일부 소신 있는 검사는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지 협상의 주체가 아니라며 국민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논의되는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여전히 상당한 범위에서 직접수사가 가능하며, 그 범위 역시 언제든지 확대가 가능하다. 또한 검찰은 보완수사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찰관에 대해 징계도 요구할 수 있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일선 경찰관들은 검찰에 대해 여전한 종속관계에 놓이게 된다. 경찰 수사과정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이 종결한 사건기록은 등본하여 검찰에 보내져 검사의 검증을 받는 절차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되었던 검찰의 전관예우’, ‘셀프수사등을 가능하게 하는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개선되지 못하고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내용들이 수사구조개혁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다. 견제받지 않는 집단은 어떤 경우에도 부패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고 있고, 현행 사법체계에서는 어떤 집단도 검찰을 견제할 수 없다. 형벌권을 발동할 수 있는 기관이 견제조차 받지 않는다면, 그 부작용은 국민에게 미친다. 수사구조개혁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견제를 위한 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법률안이 확정되어 국회에 상정되기까지는 330일의 시간이 남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수사구조개혁안이 국회에 상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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