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 주광현
효산 주광현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40분에 KBS1 TV에서 방송되는 ‘우리말 겨루기’는 많은 국민들에게 관심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지난 5월 13일(월) 저녁 ‘우리말 겨루기’에는 2명이 한 팀으로 조를 짜서 4조의 8명이 출연하였다. 문제가 주어지면 각 조의 출연자는 두 사람이 의논하여 답을 맞히는 것이다.
이 날도 여느 때와 같이 출연한 4팀이 ‘겨루기’를 한 결과 3팀은 탈락되고 최종 1팀이 최종 달인 문제에 진출하게 됐다. 최종 팀에게 주어진 문제는 3단계로 나누어 주어진다.
첫 단계인 1단계의 문제를 다 맞히면 그 다음 단계인 2단계로 갈 수가 있고 만일 못 맞히면 그대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2단계에서도 용케 맞히면 마지막 관문인 3단계의 문제에 진입하게 된다. 이렇게 마지막 3단계까지 통과하면 드디어 만인이 부러워하는 ‘우리말 달인’으로 등극(登極)하게 되는 흥미진진(興味津津)한 프로그램이다.
이 날 주어진 〔1단계〕의 문제는 ‘단어 고르기’문제로 3개의 문제가 주어진다. 문제마다 헷갈리기 쉬운 2개의 단어 중에서 맞는 1개 단어를 고르는데 30초 안에 3개의 문제를 다 맞게 골라야 한다.
출연자 팀이 다행으로 〔1단계〕 문제를 통과했다. 다음 단계인 〔2단계〕의 문제는 ‘띄어쓰기’문제이다. 띄어쓰기 없이 기록된 문단(文段)이 주어지고 이 문단에서 띄어쓰기를 모두 맞게 해야 하는 문제이다. 진행자는 출연자 팀이 이 문제에서 3개의 띄어쓰기가 틀렸다고 발표를 했다.
이렇게 되어 이번 ‘우리말 겨루기’대회에서는 〔2단계〕 진출로 막을 내리게 되어 〔3단계〕 문제는 접근도 못해 보고 말았다. 우리말 달인이 되기에는 쉽지 않은 길임을 느끼게 하였다.
진행자는 여기에서 출연자의 답 중 3개의 띄어쓰기가 틀렸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 틀린 곳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3개의 오답 중 1개에 오류가 있었으니…….
출연자 팀이 ‘바른말’이란 낱말 ‘3자’를 모두 붙였는데 진행자는 ‘바른말’을 ‘바른’과 ‘말’로 나누어 띄어 써야 한다고 발표를 했다. 이는 정답을 오답으로 바꾼 오류이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바른말’은 1개의 낱말로서 아래와 같이 올라 있다. “바른말 「명사」 이치에 맞는 말” 다른 국어사전에서도 ‘바른말’은 역시 1개의 낱말로 올라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현행 맞춤법에서는 ‘바른말’은 띄어 쓸 수 없는 1개의 낱말이다.
KBS 방송국에서는 KBS1 TV에서 방송되는 ‘우리말 겨루기’프로 외에도 KBS1 라디오에서도
매일 아침 06시 56분에 시작하여 1분 조금 넘게 ‘바른말 고운 말’을 방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KBS 한국어능력시험’으로 국민들의 한국어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KBS1 TV에서는 모든 국민이 우리말을 사랑하고 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온 가족이 모여 시청하기 좋은 저녁 시간대에 방송을 하는 것이라 본다.
그런데 띄어쓰기에서 이런 오답을 내놓는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말 겨루기’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이 시간이 우리말과 글을 공부하는 중요한 시간으로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시간에 정답으로 발표하는 모든 내용은 이번처럼 오답도 정답으로 알고 학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실수를 했으니 이후 많은 시청자들은 띄어쓰기에서 ‘바른 말’이 옳은 표기법으로 알고 이렇게 띄어 쓸 것이다.
이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이 방송 후 열흘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그날의 실수를 인정하고 정정하는 사과의 방송도 없다. 혹시라도 오답인 줄도 모르고 묵묵부답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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