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공시가격제도를 부동산 불공평 과세의 원인으로 지적한 가운데 경기도는 정부에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건의하기로 했다.

도는 지난해 12월 출범한 도 부동산정책위원회와 7개월 동안 정책협의를 통해 마련한 공시제도 개선안을 마련, 이달 중 국토교통부에 공식 건의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공시가격제도 개선안은 모두 4가지로 ▲표준지와 주택 조사·평가 권한 시도지사 위임 ▲비주거 부동산 공시제도 조속 시행 ▲주택 공시비율 80% 적용 폐지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 등 가격조사 용역 추진 등이다.

도는 공시가격이 부동산 유형과 가격에 따라 시세반영률이 달라 공정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도가 실제로 지난해 도내 부동산을 대상으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나타낸 시세반영률을 분석한 결과, 부동산 유형별로 단독주택은 51.6%, 공동주택 66.9%, 토지 64.4%였다.

이는 실거래가 100원인 주택의 과세기준이 단독주택이면 52원, 공동주택이면 67원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 소유자가 더 많은 세금과 부담금을 낸다는 뜻이다.

부동산 가격 구간별로 불공정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도는 보고 있다. 실제 도의 조사 결과 단독주택의 시세반영률은 9억원 이상 48.8%, 3억원 이하 56.1%, 아파트는 9억원 이상 58%, 3억원 이하 68.4%로 나타났다.

시세반영률이 높을수록 더 많은 세금과 부담금을 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3억원 이하 단독주택과 아파트 소유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국토부가 표준지와 주택을 선정해 공시가격을 정하고 있지만, 조사기간과 인원부족 등의 원인으로 인해 정밀한 조사와 평가가 이뤄지지 못해 거래금액 구간별 큰 편차가 발생하는 것을 원인으로 설명했다.

도는 현장 접근성이 뛰어난 시도지사에 표준지와 표준주택 조사·평가 권한을 위임하고, 국토부가 이를 검증하면 공정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제안하기로 했다.

도는 비주거 부동산 공시제도의 조속 시행을 또다른 불공정 과세를 바로 잡는 조치로 꼽았다.

상가나 업무용 대형 빌딩 등 주거목적 이외 부동산은 공시가격이 없고, 각 지자체와 국세청이 산정하는 ‘시가표준액’과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과세하는데, 이는 실거래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동일한 건물이라도 1층과 2층 등 층별로 실거래가가 다른데도 동일한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문제라도 도는 지적했다.

분석결과, A시 소재 B상가의 경우 분양가는 1층이 ㎡당 864만원으로 가장 높지만 분양가 대비 시가표준액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지하 1층의 분양가는 ㎡당 79만원으로 분양가 대비 시가표준액이 136%에 달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2016년 비주거용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발표하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는 토지와 건물을 합친 개념인 주택의 공시가격이 주택보다 낮아지는 역전현상을 일으키는 ‘주택가격 공시비율 80% 적용’ 폐지도 건의안에 포함했다.

이 경우도 실제 분석해보니 경기도 C시 소재 D주택의 경우 2019년 주택공시가격은 7억원인 반면 토지 공시가격은 8억원이었다. 건물과 토지를 합친 주택공시가격이 토지 공시가격보다 1억 원이 낮은 이상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밖에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전문기관의 가격조사 용역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공시가격 제도개선은 이재명 지사가 추진하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국토보유세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의 환수,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시가격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영진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