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작고 뚱뚱하고 못생긴 공주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좋다. 극 초반 관객들의 흥미를 끌어내기에 충분한 설정이다.
영화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겨내고자 힘쓰는 한편, 외면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애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도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하지만, 그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혼동을 주지 않을까 염려된다.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은 뭔가 석연치 않고, 찜찜하다.
주인공 공주의 별칭이기도 한 애니메이션 '레드 슈즈'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 백설공주는 사냥꾼, 난쟁이, 왕자의 도움으로 마녀를 물리치는 수동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레드 슈즈'의 공주는 화이트 왕국의 공주지만 왕관을 쓰지도, 화려한 드레스를 입지도 않는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며, 진취성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원작의 아름답지만 수동적인 공주의 이미지를 180도 틀어 적극적이지만, (사회적 기준에서) 외면의 아름다움은 부족한 인물로 설정했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메시지를 강화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내가 마법을 포기한다면(내가 다시 못생겨진다면), 나를 도왔을 건가요?", "(난쟁이 왕자) 초록 '멀린'이 좋은데요?" 등 공주 '레드 슈즈'의 대사, "내면은 여전히 그 '멀린'이에요!" 등 '멀린'의 대사, 그리고 대사 중에 등장하는 '제모하는 인어공주', '장군이 된 공주' 등을 통해서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이에 저항하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들어간 외모에 대한 ‘편견’이 영화의 메시지를 자꾸 희석시킨다.
일단, 극의 설정이 걸린다. ‘꽃보다 일곱 왕자’로 불릴만큼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왕자들은 자신들이 구한 요정공주가 ‘추녀’임을 확인하고, 마녀로 오인해 그녀를 죽인다. 이들은 이 죄로 요정공주의 저주에 걸려 땅딸막한 초록괴물이 돼버린다. 이 과정에서 공주가 ‘추녀’이기 때문에 마녀로 생각한다는 설정, 죄를 지어 징벌적으로 ‘추남’이 된다는 설정은 외모지상주의적 가치관을 은연 중 드러낸다.
(사회적으로 평가받기에) 원래는 잘생겼는데, 징벌을 통해 (사회적 기준으로) 못생긴 외모가 되고, 저주에 풀려나게 되면 다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잘생긴 외모가 된다는 설정은 관객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기에 충분하다. 또 원래 작고 못생긴 화이트 왕국의 공주 ‘레드 슈즈’가 마법이 깃든 빨간 구두를 신고 사회적 기준의 아름다운 외모가 돼 만족하는 장면, 초록 난쟁이들이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을 보고 외모 만으로 ‘공주’라고 믿고 사랑에 빠지는 장면들도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기에 충분하다. 극의 결말이 설득적으로 확 와닿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았던 점은 공주뿐 아니라 원작의 다소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새롭게 개성을 지닌 캐릭터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일곱난쟁이 중 상남자 ‘아더’는 ‘아서왕 전설’ 속 아서, 패셔니스타 ‘잭’은 ‘잭과 콩나무’의 잭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요리왕 ‘한스’는 ‘헨젤과 그레텔’ 속 헨젤, 나쁜 새엄마 왕비 ‘레지나’는 메릴린 먼로를 모티브로 했다.
‘레드 슈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OST만큼 귀에 착 감기는 음악을 들려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아름다운 선율은 영화에 재미를 한층 더 하기에 충분하다. 메이드 인 코리아 2019년판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레드 슈즈’는 25일 개봉한다. 92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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