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면서 ‘저물가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외식비 등 경기민감물가는 2분기 1.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복지정책 등에 영향을 받는 이른바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물가의 장기 추세를 나타내는 근원물가도 1%대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19년 8월)’에 따르면 2분기 근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0.6% 오르는 데 그쳤으나 이 중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한 경기민감물가는 1.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민감물가는 식료품·에너지 제외 근원물가에서 GDP갭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산출된 것이다.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품목이 대다수이고 일부 공업제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은은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외에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다각도로 살펴보기 위해 이러한 경기민감물가와 비민감물가, 관리물가를 뺀 근원물가 등을 추산해오고 있다.

경기민감물가가 1% 중후반대의 오름세를 나타낸 건 숙박·음식업 등 개인서비스 업종의 임금상승률이 예년보다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점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개인서비스 관련 업종의 1인당 임금상승률은 2016년 3.3%, 2017년 3.6%에서 지난해 5.7%로 뛰었다. 올 1분기에도 전산업 전체임금은 전년동기대비 2.9% 오른 데 그친 반면 개인서비스업 전체임금은 4.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0.6% 상승에 그친 근원물가도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1.2% 오른 것으로 추산됐다. 관리물가는 공공서비스, 전기·수도·가스, 학교급식 등 정부의 직·간접적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결국 정부의 강화된 복지정책 등이 근원물가를 0.6%포인트 정도 끌어내린 셈이다.

이는 저물가 이유를 복지정책 등 공급 측 요인에서 찾고 있는 정부의 설명과도 궤를 같이한다. 정부는 저물가를 공공서비스 등 일부 품목의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경기침체 속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과는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는 쪽에서는 경기부진으로 수요 측 물가 하방 압력이 크다는 점을 지목한다.

특히 0%대의 물가상승률이 장기화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소비 부진, 투자 감소 등 경제 전반의 수요 위축과 맞물리면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동철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도 “지나치게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이 가해지면 디플레이션 발생 위험은 증대된다”며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당분간 저물가 상황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체감물가가 높다고는 하지만 국제유가 약세, 정부 정책요인,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 약화 등으로 하반기에도 물가상승률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달에도 0.7%에 그치며 7개월째 0%대를 지속했다. 이대로 가면 역대 최장 기간(10개월)을 넘어서게 된다.

한은도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간 0.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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