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액션 시퀀스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몰입도 높은 영화다. 다만 '분노'만 남고 '질주'는 사라져 버렸을뿐이다.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에서 활약한 할리우드 대표 액션 배우 드웨인 존슨(47)과 제이슨 스테이섬(52)을 주연으로 한 스핀오프 버전이다. 할리우드의 액션스타들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만나 러닝타임 136분이 금세 지나간다. 
드웨인 존슨이 '홉스'다.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의 아이콘 '더 락'으로 활약한 그는 장기인 강력한 힘으로 뭐든지 때려 부수는 묵직한 액션을 선보인다. 제이슨 스테이섬은 영국 남자 '쇼'를 연기했다. 영국 국가대표 다이빙 선수 출신인 그는 킥복싱, 가라테 등 화려한 무술실력을 바탕으로 고난도 스턴트 연기를 직접 소화했다. 스테이섬은 이 작품에서 존슨과 대비되는 민첩성과 빠른 판단력을 활용한 액션을 선보인다.
서로를 싫어하는 두 주연이 '티키타카'하는 과정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구강액션'도 큰 볼거리다. '루크 홉스'와 '데카드 쇼'는 전작들에서 적과 라이벌이었던만큼 악연으로 얽힌 관계다. 그들이 서로에게, 때로는 적들에게 던지는 저질스러운 말들은 영화 중간중간에 웃음으로 관객의 긴장감을 잠시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미국식 개그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할리우드에서 최근 가장 신경쓰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C)도 어색하지 않게 충분히 잘 녹였다. 극중 쇼의 동생이자 MI6의 독보적 에이스 ‘해티’로 출연한 버네사 커비(31)의 액션 연기는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커비는 고강도 액션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영화의 제목이 ‘홉스, 쇼 앤 커비’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시리즈의 정체성을 잃은 것은 가장 비판 받을 지점이다. ‘분노의 질주’를 다른 액션 블록버스터와 가장 차별화시키는 점은 ‘도미닉 토레토’를 중심으로 한 카체이싱과 드리프트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그 비중이 축소됐다. 맨손 격투신부터 총격전, 대규모 폭발 신까지 관객을 몰입시켜주는 다양한 액션 시퀀스로 화면을 가득 채웠지만, ‘분노의 질주’ 전매특허 격인 자동차로 질주하며 벌이는 액션 시퀀스의 비중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명분도 살렸던 후반부 액션 시퀀스에서는 ‘질주’보다 ‘맨손싸움’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 듯 보여 아쉬움이 남았다.
OST도 약간 아쉽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영화뿐 아니라 영화의 OST 자체로도 인기를 누려왔다. 특히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OST ‘시 유 어게인’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2주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작품의 OST가 각각의 시퀀스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귀에 착착 감기는 OST는 부재하다. 음악감독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데드풀 2’의 음악을 맡은 타일러 베이츠(54)가 담당했다. 그가 이전 ‘분노의 질주’ 시리즈 OST의 인기를 이어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분노의 질주’의 팬이 아닌 불특정 액션 영화를 찾던 관객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일 것이다. 136분, 12세 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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