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내년 나랏빚을 늘리면서까지 재정확장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8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그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를 넘지는 않았지만 국가채무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 내용’에 따르면 내년도 국가채무는 올해 740조8000억원보다 64조7000억원 증가한 80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자산매각 등으로 자체 상환이 가능한 ‘금융성 채무’는 329조원이지만 국민부담으로 상환해야 할 ‘적자성 채무’는 476조5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50조원 늘었다.
올해 37.1%였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39.8%까지 올라가면서 40%를 눈앞에 뒀다. 다만 지난 5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로 논란이 됐던 국가채무비율 40% 선은 넘지 않도록 했다. 
당시 ‘경제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0% 선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언급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40% 비율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일부 여당 의원들이 내년 예산 규모를 530조원까지 확대를 요구하면서 국가채무비율 40% 벽이 무너질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기재부에서 반도체 업황 부진, 법인세 감소 등의 영향으로 내년 세수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을 고려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42.1%로 올라가면서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도 국가채무를 GDP 대비 40% 중반 수준 이내에서 관리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2020년 예산안’ 브리핑에서 “내년도 국가채무비율 39.8%는 선진국들의 국가채무비율과 비교한다면 결코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면서 “5년 뒤인 2023년에는 40% 중반대까지 가는 게 불가피하지만 그 정도는 용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경제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10.9%와 비교하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미국(135.7%), 일본(233.9%)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하지만 문제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국가채무는 2010년 400조원(407조2000억원)을 처음 넘겼다. 이후 4년 만인 2014년 500조원(527조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2년 만에 600조원(637조8000억원)을 돌파했다. 그 뒤 2년 만인 2018년 700조(708조2000억원)을 넘긴 국가채무는 2020년 80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속도라면 2022년에는 국가채무가 970조6000억원을 기록, 5년 뒤인 2023년에는 1061조3000억원까지 치솟게 된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폭도 올해 -37조6000억원에서 내년 -72조1000억원으로 커진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9%에서 내년 -3.6%로 감소 폭이 확대된다. 이후 2021년부터는 -3.9%를 유지할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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