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나만의 공간에서 자기성찰은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적인 작업이다. 성찰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물리적인 공간인지, 마음의 공간인지 그리고 그 시간이 길고 짧은지는 중요치 않다. 몇 초가 될 수도 있고, 몇 시간이 지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우 사적인 작업이라는 점에서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자기성찰은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공부를 대신해줄 수 없듯이, 다른 사람이 나 대신 밥을 먹어줄 수 없듯이, 자기성찰은 자기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40대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시간을 내어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자기성찰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성찰이라고 말하면 성스러운 곳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해서 쉽게 엄두도 내지 못하고, 여유가 생긴다 해도 습관이 안 되어 있어서 성찰이나 과거를 되돌아보는 작업은 불편할 뿐이다. 성찰은 커녕 ‘쉼’ 자체도 사치에 가깝다.
휴가를 내어 그런 작업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오늘날 40대들에게 휴가는 또 다른 일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 휴가 내내 정신적·신체적으로 시달리다 보니 휴가가 끝난 후에 업무에 복귀할 때는 오히려 더 피곤할 뿐이다. 이처럼 오늘날 40대들은 휴가라는 시간을 온전히 가족을 위해서 봉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이들은 그나마 처지가 좀 나은 편이다. 일이 주는 압박감에 벗어나서 자유로운 경험을 하기도 하고 업무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외부의 자극에 주의를 빼앗기다 보면 마음이 자꾸 밖으로 끌려갈 뿐 자기 자신에게 머물지 못한다.
성찰이란 지난 삶을 투명하게 되돌아보고 내 마음을 비춘다는 확실한 목표를 향해 나가는 치열한 작업이다. 따라서 휴식이 곧 성찰일 수 없다, 나만의 골방에 들어가 마음껏 나 자신을 탐색하고 들여다보면서 과거를 되돌아보는 작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자기성찰이란 자기 자신에게로, 과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남이 아닌 자신을 주제로 하고 그 주제가 내 삶에 얼마만큼 개입했는지를 깨닫는 과정이다. 자기성찰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특히 대다수의 40대는 누군가가 자신에 대해서 말해줄 때마다 마음에 철갑을 두르며 이렇게 진담 반 농담 반 말한다.
“솔직히 내 인생에 좋을 때는 다 갔지.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나를 돌아다보고 고쳐야 하지?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야. 이제 뒤돌아보고 고쳐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인간이란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40대 중년에 이르면 쥐꼬리만한 자존심이 남에게 지적받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곤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자기성찰과 투명하게 과거의 삶을 제대로 되돌아보기 위해서는 메모를 하면서 생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장점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그 장점을 살려왔는지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메모를 한다. 메모를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문득 떠오를 것이다. 과거에 왜 그런 삶을 살아 왔는지 잊혔던 일들이 떠오르면 그런 잘못을 다시는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성찰의 방법이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것은 왠지 껄끄럽고 불편해서 피하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성찰을 하는 것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서 지금보다 더 성숙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함이다.
40대는 인생의 절반에 와있는 셈이다. 기껏해야 나의 인생 중 절반 정도가 지났을 뿐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만만치 않게 남아 있다. 따라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노력한다면 분명히 얻어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내가 변하면 남도 변하고 내 관계도 변하니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
주위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40대에 이르러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들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그만큼의 값진 결과를 얻어낸다. 그렇다면 내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도 한 번 도전해보자. 안 하면 이룰 수 없지만 하면 언젠가는 이루게 된다.

스스로에게 관대하라
‘스스로에게 얼마나 관대한가?’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면 40대들은 거의가 평균점 이하일 것이다. 40대들은 자기 자신에 대하여 인색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불만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생각을 하지도 않고 그냥 줄줄 나온다.
“일처리가 어리바리해서 상관에게 늘 혼이 난다.”
“일을 딱 부러지게 처리하지 못해 늘 야근을 한다.”
“마음이 여리고 약해 상사나 동료로부터 무리한 부탁을 받아도 거절을 못 한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적이 없어서 늘 혼이 났죠. 우리 아버지도 그랬다는데 아마도 유전인 것 같아요.”
지나치게 자기비하나 비난의 덫에 걸린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보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후회와 보복’이다. 이들은 쉽게 실수나 실패에 대한 후회를 종종 한다. 다른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아닌 시시한 일들까지 이들에게는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완벽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후회를 한다.
40대는 먼 길을 가는 나그네인데, 한 번 넘어졌다고 해서 일어나지도 않고 ‘내가 왜 이렇게 똑바로 걷지 못했지. 처음부터 잘 걸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후회에 사로잡히면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고려하기보다 남들이 정한 원칙에 비추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후회한다. 자기반성은 자신의 행동의 문제점을 분석해서 더 나은 행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면, 후회는 실수가 집착하면서 한 걸음도 진전하지 못한 상태가 된다.
자신에 대한 보복은 매우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말로 자신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말로 시작하여 실제로 자신을 해하는 행동으로까지 나아간다. 먼 길을 걷는 나그네는 후회단계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지 못한다. 그 후회를 넘어 자신을 보복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한 번 넘어졌으니 또 언제 넘어질지 모른다’, ‘다시는 먼 걸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자유를 앗아가고 기회를 박탈하므로 결국 자신을 망치고 마는 셈이 된다.
반성과 죄책감은 다르다. 반성은 자기 비난에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죄책감은 건강한 반성으로부터 시작되는 자기이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크다. 만족스럽지 못한 감정과 행동이 반복되고 있다고 느낄 때 자기를 공감한다면 내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성찰하면서 길을 찾을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자신이 느낀 감정과 행동에 대한 이유를 찾아보며 의식적으로라도 자기 공감의 길로 들어서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다.
오늘날 40대에게 자기비난은 익숙하고 편안한 길이다. 이제까지 그 길로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자기비난이나 보복의 길을 선택하지 말고 자기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길로 가야 한다. 그러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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