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경기 포천시 가산면의 한 포도농장에 수확을 앞둔 포도송이들이 매달려 있다.

 

가을장마에 이은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의 북상으로 추석 대목을 앞둔 포천지역 과수농가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일 포천시와 과수농가에 따르면 경기북부에는 4일부터 최대 30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추석 물량을 맞추기 위해 수확에 들어간 과수농가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오는 7일 오전에는 13호 태풍 링링이 수도권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가을장마로 인한 포도농가의 피해와 함께 강풍으로 인한 사과농가의 낙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65개 포도농가가 있는 포천지역의 경우 계약재배가 아닌 직접 판매방식의 소규모 농가가 많다보니 판매가 확정되기 전에는 수확을 할 수도 없어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해 포천지역은 포도 작황이 워낙 좋아 농민들의 기대가 큰 상황이어서 대목을 앞두고 출하시기에 맞춰 올라오는 가을장마와 태풍이 야속한 실정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농가가 추석 대목에 맞춰 20일 전부터 물 공급을 줄이는 방법으로 당도를 높여둔 상태여서, 이대로 비가 내릴 경우 수분을 흡수한 포도의 표피가 갈라지는 열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포천시 가산면에서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이용근(72)씨는 “출하시기의 포도는 수분을 흡수하면 터지는 특성이 있어서 비에 예민하다”며 “당장 내일부터 비가 온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으니 피해가 적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적게는 5000㎡ 규모에서 많게는 3만여㎡ 규모까지 114개 농가가 출하를 서두르고 있는 포천지역 사과농가 역시 초기물량은 수확한 상태지만, 아직 덜 익어 수확하지 못한 사과들이 많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일부 농가는 아직 사과에 색이 덜 들어 적게는 20~30%에서 많게는 50% 이상 수확을 하지 못한 채 이번 태풍을 맞이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사과는 비에 조금 강한 편이지만, 집중호우 같은 강한 비나 강풍으로 인해 바닥에 떨어지면 판매가 어려워진다.

포천시 창수면에서 과수원을 운영 중인 이기순(63)씨는 “사과는 포도에 비해 비 피해가 적은 편이지만, 태풍이 올라올 경우 낙과가 걱정된다”며 “잎을 따면 사과가 빨리 익지만 당도가 떨어진다고 해 이대로 태풍이 비켜가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시도 지역 농가에 안내문자를 발송하고 피해예방에 힘써줄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포천시 관계자는 “사과는 그나마 지금 따서 보관하면 주말까지 어느 정도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포도는 판매 정도에 따라 계속 수확해 판매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수확하기 어렵다”며 “농가에 바닥에 빗물이 스미는 것을 최대한 막아달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비가 계속 내리면 공기 중 습도가 높아져 이마저도 소용이 없게 돼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포천 = 정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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