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수거 노인들이 사이에서 명절 대목을 노리는 전쟁이 한창이다.
유통업계가 명절 대목을 노리듯 폐지수거 노인들도 1년 중 가장 벌이가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10일 경찰과 경기북부 각 지자체 따르면 독거노인을 중심으로 생업이나 여가를 위해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지만,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탓에 지자체나 경찰 역시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경찰서에서 시행한 안전장구 배포를 기준으로 각 읍·면·동마다 최소 3~4명의 폐지수거  노인이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통계는 없다.
이들 폐지수거 노인들은 폐지를 팔아 번 돈으로 생계를 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본인 용돈이나 손주 용돈벌이 용도로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도 있다.
폐지수거 노인들이 수거한 폐지는 1㎏당 40~60원 수준으로, 100㎏ 가량을 모아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하루 5000원 남짓 밖에 되지 않아 일부 수집상들은 노인들이 어렵게 수집한 폐지는 가격을 더 쳐주기도 한다.
그나마 추석과 같은 명절 전후는 빈 박스나 포장지 반출이 많아 폐지수거 노인들의 벌이가 나아지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의정부시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김찬규(71)씨는 “평소에는 하루 종일 발품을 팔고 다녀야 겨우 담뱃값 정도 버는데 설이나 추석에는 평소보다 3~4배는 더 벌 수 있다”며 “비가 와서 나오는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오늘도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의정부시에서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박스와 포장재를 가득 실은 손수레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평소에는 동네마다 활동하는 노인들이 언제 어디서 폐지나 빈 박스가 반출되는지 알고 있어 반출 즉시 수거되지만, 명절 전후에는 아파트 단지를 제외한 주택가의 모든 세대가 수거 대상이라 때때로 영역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남양주시에서 폐지수거 일을 하는 최순례(78)씨는 “명절 때는 못 보던 사람들까지 와서 박스를 주워가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그때그때 챙겨야 한다”며 “나보다 훨씬 젊은 남자들이 박스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는데 무서워서 뭐라고 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어렵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그는 “폐지 수거를 한다고 나이 들어서 안됐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나라에 의지하지 않고 내 손으로 돈을 벌어서 먹고 사는 것”이라며 “너무 안 좋은 눈빛으로 쳐다보면 오히려 내가 불쌍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안 좋으니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의정부 = 유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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