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청약을 기다리던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반값 아파트’가 쏟아질 수 있지만, 청약 시장이 과열돼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향후 공급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9.13 대책 이후 잠잠하던 집값도 들썩이고 있어, 가점이 낮다면 서둘러 주택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달 말 공포·시행된다.
이르면 내달 첫 적용 지역과 대상이 나올 전망인 만큼 이미 달아오른 청약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금융결제원 청약 결과에 따르면, 1순위 기준 올해 3분기 청약경쟁률은 전국 17.6대 1, 수도권 22.3대 1, 지방 14.2대 1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2분기 대비 3분기 청약경쟁률이 약 3배 가량 상승했다.
최저가점까지 오르면서 ‘청약 문턱’이 1~2분기 대비 훨씬 높아졌다. 3분기 평균 최저가점은 전국 2분기 45.0점에서 3분기 51.1점, 수도권 2분기 44.9점에서 3분기 52.3점, 지방 2분기 45.1점에서 3분기 49.4점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청약경쟁이 치열하지만, 서울 주요 지역의 경우 분양가격 대비 최소 3~4억원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가점이 높은 수요자는 청약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무주택 기간이 길어서 청약 가점이 70점 이상 되는 수요자는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물건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역시 “청약 가점이 높은 경우 원하는 지역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로 분양가격이 낮게 나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청약 시장을 노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가용할 현금이 없어 많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수요자들도 청약을 기다리는 것을 추천했다. 특히 2021년 말 첫 분양을 시작하는 ‘3기 신도시’ 물량이 쏟아지면 서울과 가까운 곳에 ‘알짜’ 물량이 쏟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가 심한 지역의 경우 대출이 제한돼있어 상환이 힘들다면 한 번에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매매보다는 대출과 분납 등이 가능한 청약을 기다리는 것을 추천한다”며 “자금 여력을 잘 따져서 ‘3기 신도시’ 같은 택지지구 물량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반면 가점이 낮아 청약 당첨될 확률이 적다면,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라는 조언도 나왔다. 갈수록 청약경쟁률과 최저가점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준석 교수는 “청약 가점이 60점대 초반이라면 경쟁이 치열한 곳에선 당첨되기 힘들고, 경쟁이 덜 치열한 곳은 향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없는 곳이니까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분양가상한제만 기다리다가는 ‘내 집 마련’ 시기를 놓칠 수 있어 자금 계획을 잘 세운 뒤 급매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돼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분양을 꺼려 공급이 부족해지면 되레 집값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여력이 있다면 현재 나오는 매물을 잘 살펴보라는 조언이다.
실제로 은행권은 청약을 기다리던 수요자들이 재고 주택 매수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매수에 들어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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