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신안산대 지역협력지원센터장 산업경영학과 교수 박형근

40대가 되어 조직 내에서 상응하는 지위에 올라가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주위로부터 고립되고,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이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자연히 어깨가 축 처지게 된다. 또한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주변이 암울하게 느껴지고 평소에 잘 먹던 음식도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웃어본 날이 언제였지?’ 하는 기분이 들면서 왠지 가슴속이 텅 빈 것 같고 삶의 의미를 더는 찾아내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이런 기분은 의지했던 사람과 갑자기 헤어졌거나 부모님 중 어느 한 분이 세상을 떠나는 상황이 되면 더욱 처절하게 느껴진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허무함이 느껴진다면 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 제3악장’을 들으면 좋은 위안이 될 것이다. 브람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는데, 브람스가 50세가 된 해에 한 여인이 혜성같이 나타났다. 자신의 가곡을 아름답게 부르는 26살의 처녀인 헤르미네 슈피스를 본 브람스는 그녀의 가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이렇게 50대 초반인 브람스가 슈피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가슴속에 안고 작곡한 곡이 ‘교향곡 제3번’이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허전함이 제3악장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미 50대가 된 브람스는 함께 할 수 없는 슈피스에 대한 감정을 이 음악으로 대신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독신으로 살아온 삶에 대해 조용히 되돌아보고 스스로 위로하는 음악을 만들었던 것이다.
‘동질의 원리’로 감정치료
불안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오늘날과 같은 불확실성시대에 회사의 경영상태가 언제 악화될지 불안을 느낄 것이고, 간부급에 있는 사람은 언제 명퇴의 칼바람이 불지 항상 불안을 느끼며 산다. 인간은 원래 불안한 존재이다. 자신감이 넘치고 행복감에 들떠 있는 사람이 정말 존재할까? 심리학자인 앨버트 엘리스 박사는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고 불안을 모르는 사람보다 얼마간 불안한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나친 불안이다.
회사 경영진을 포함하여 수백 명의 직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손에 땀이 나고 침을 삼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마이크 앞에서 한 마디도 못하고 단상에서 도망치듯 내려온다면 심각한 문제다. 불안이란 대상이 없는 두려움을 말한다.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막연하여 무엇이 걱정인지 자신도 알 수 없다고 호소한다.
불안은 공포만큼 심각하지 않지만 당장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자신이 명퇴대상에 들었는지 몰라 불안을 느꼈을 때 그것을 알기 위해 인사담당자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명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심지어 아무 일이 없어도 혼자 어떤 상황을 생각하며 호흡이 가빠지기도 한다.
불안은 기억에 남는다. 훗날 머릿속에 되살아나 무엇이 불안한지, 그 대상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은 채 불안만 남기 쉽다.
불안할 때는 불안한 마음을 표현한 음악을 들으면서 ‘동질의 원리’로 오히려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다. 동질의 원리는 미국에서 발표한 음악치료 이론으로 지금의 감정과 일치하는 음악을 들음으로써 그 감정을 치료할 수 있다는 원리를 말한다.
불안을 주의 깊게 받아들여 동질의 음악을 들으며 불안을 확실히 없앤 다음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음악을 듣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마음은 더욱 긴장하고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는 이론이다. 러시아 출신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는 불안정하고 음산한 느낌을 주는 선율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 음악은 왕자 이반이 불새의 도움으로 마왕에게 잡힌 왕녀를 구한다는 환상적인 내용의 음악이다.
불안은 막연한 두려움이다. 이럴 때 불안감을 드러내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불안감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불안감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