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못생긴 도시다. 지저분한 도시다. 날씨는 경악스럽고, 정치는 아이들을 놀라게 하기 위한 공포 스토리 같다. 교통은 미쳤고, 경쟁은 살인적이다. 그런데 뉴욕의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뉴욕에 한 번 살아보고, 그곳이 자기 집이라고 느끼기 시작하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만족하지 못 한다.”(미국 소설가 존 스타인벡)
“런던은 만족하고 있다. 파리는 자포자기한다. 뉴욕은 계속 희망한다.”(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
뉴욕은 세계인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곳이다. 유명한 ‘I ♥(love) NewYork’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부터 자유의 여신상,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등의 상징들은 이러한 꿈을 더욱 북돋아주곤 한다.
매해 1500만여명의 관광객이 뉴욕을 찾는다. 그러나 막상 실상을 살펴보면 꿈꿔왔던 것과는 전혀 다름을 느낀다. 사진에서 본 것과 달리 거리는 소음과 먼지로 메워져있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목에선 손바닥만한 크기의 쥐를 발견하기도 한다. 지하철은 냄새나고 녹물이 샌다. 물가는 엄청 높아서 가성비라곤 따져보기 힘들다. 이러한 반전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음에도 뉴욕은 여전히 사람들이 찾는 도시다.
뉴욕대를 다니면서 뉴욕에 7년 동안 거주한 세계문화전문가 조승연이 ‘리얼:하다’를 출간, 뉴욕의 역사부터 뉴요커들의 삶의 인문학적 관점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뉴욕이 400여년 전 네덜란드 모피상들과 원주민 간 부동산 사기사건으로 만들어진 도시라고 소개한다. 처음부터 수많은 인종과 언어, 풍습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실험, 검증해온 실험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뉴욕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표현된 것처럼 경제적 자유에서 초래된 ‘자본 만능주의’라는 부작용을 겪었다. 또 마약이나 총기 사건 등으로 한 때 ‘다스릴 수 없는 도시’로 불렸다.
반면 뮤지컬의 고장 브로드웨이, 힙합의 기원지 브롱스 등 예술적 태동이 시작된 곳이며 중산층의 재테크 문화, 대도시 인근 위성도시를 만드는 부동산 개발 방식 등이 움튼 곳도 뉴욕이다.
“생각해 볼수록 도시의 매력은 화려한 랜드마크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온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뉴욕을 뉴욕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뉴요커 덕분이다.”
저자는 와인 유통업으로 수백억을 번 유튜버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게리 베이너척의 이야기와 대학 신입생 시절 만난 친구의 사례를 들며 뉴요커들은 남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와 남들의 시선에 신경쓰는 한국인과 달리 허세보다는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부분을 우선한다고 말한다.
힙합문화가 뉴욕 북부 브롱스 지역에서 탄생했다는 설, 화가 장 미셀 바스키아가 낙서냐 예술이냐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그래피티를 창작한 배경, 항구 물류창고였던 소호지역을 예술가들의 집합소로 탈바꿈시킨 성소수자들, 브로드웨이의 유명 작곡가 조지 거슈윈과 프랑스 클래식 음악의 대가 드뷔시가 만나 서로 제자로 받아달라고 했던 사연 등을 소개하며 뉴욕이란 도시가 어떻게 문화예술을 선도할 수 있었는지도 설명한다.
뉴요커들은 주변 시선이나 체면치레보다는 자신의 에너지를 한 가지에 집중해 목표를 이뤄내는 데서 성취감과 행복을 느낀다. 항상 생존모드를 장착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인생의 멋을 스스로 터득하고, 언제나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실질적인 사회생활 능력을 중시하는 그들은 ‘알아서 공부할 줄 아는 똑똑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 아기 때부터 자발적인 지적 호기심과 포용력, 리더십을 몸에 익히는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하기도 한다. 
저자가 실제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보여준 뉴요커들은 “가식적이지 않고 당당해서 행복하다.” 뉴요커들이 일과 가족, 연애, 우정, 문화, 역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인간관계와 삶을 영위하는지 그들의 인생관을 엿볼수 있는 책이다.  194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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