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보훈지청 보상과 정다이
인천보훈지청 보상과 정다이

여러분은 ‘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는 한국전쟁(1950.6.25)에 참전했던 우리 국군과 유엔군의 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약 1분간 부산을 향하여 묵념을 올리는 이 행사의 이름이 바로 ‘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입니다. 2007년 시작된 이 행사는 2009년부터 정부 행사로 격상되어 국가보훈처가 주관해오고 있습니다. 이 글은 올해도 맞이할 ‘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 행사를 앞두고 제 경험에 비춰 그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작성했습니다.
우선 저는 ‘묵념’이라는 개념을 초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그 당시 ‘순국선열을 기리며 잠시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두루뭉술한 설명과 함께 배웠는데, 당시 제게 순국선열이라는 단어의 진정성이 깊이 와 닿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눈을 감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전쟁을 떠올리며 어둠 속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더 성장하여 고등학생이 됐을 무렵,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한국전쟁 영화가 유행했습니다. 저 역시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극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유엔군이 우리나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모습을 눈으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 정신을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본받고 싶었고, 그 뜻을 간직해 후손들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일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시기에 종종 출제되던 유엔 참전국들을 하나씩 ‘암기’해 나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16개국이 전투로 지원하고, 6개국이 의료지원을 했던 총 22개국의 참전국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아갔습니다. 그중에는 이름이 익숙한 나라들도 있었지만,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등 여행으로 가기도 먼 타국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경제발전, 그리고 ‘한류(K-Wave)’의 기초가 다져졌다고 생각하니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국가보훈처 공무원이 된 지금, 한국전쟁 참전용사이셨던 ‘빈센트 커트’씨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는 ‘부산을 향하여(Turn Toward Busan)’ 행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범국가적으로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유엔 참전 용사들을 위해 부산을 향해 묵념하고 추모하는 이 행사를 알게 된 순간 제 가슴속에 울컥하는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국제적인 추모 행사에 동참하여, 제가 어릴 적 막연하게 느꼈던 ‘묵념’의 진정한 의미를 이제 가슴에 되새기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낯선 타지에서 희생도 불사하셨던 유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정신,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11월 11일 오전 11시에 ‘부산을 향하여’, 반드시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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