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경제가 부진하다는 진단을 9개월째 이어갔다. 다만 여기서 더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나오는 ‘경기 바닥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KDI는 8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일부 심리지표가 개선됐으나 수출과 투자가 위축되는 등 실물 경기는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달 현재 우리 경제의 동향에 대한 진단을 내리는 KDI가 ‘부진’을 언급한 건 지난 4월부터다. 
KDI는 “대외 수요 부진에 따라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생산은 위축된 모습”이라며 “수출 부진에 따라 광공업 생산이 감소하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하락했으며 서비스업생산 증가세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했다. 투자에 대해서는 “건설투자가 토목부문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축소됐으나 설비투자는 최근의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투자 전반이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문별로 봤을 때,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생산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10월 광공업생산이 전월 대비 2.5% 감소하고 서비스업생산이 0.7% 증가에 그치면서 전(全)산업생산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을 나타내는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3.2%로 전월(75.5%)보다 하락했다. 제조업 출하는 3.5% 감소했고 재고율은 115.8%로 전월(113.4%)보다 더 높아졌다.
11월 수출은 금액 기준 선박(-62.1%), 반도체(-30.8%), 석유제품(-11.9%), 석유화학(-19.0%) 등 주력산업의 부진이 계속돼 전년동월 대비 14.3% 감소했다.
투자 전반의 부진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설비투자지수는 운송장비의 일시적 부진에 따라 전월(-3.4%)보다 감소폭이 확대돼 10월 기준 4.8% 감소했다. 변동성이 높은 선박과 항공기를 제외한 설비투자도 -2.9%로 전월(-2.8%)과 유사한 흐름을 이어갔다. 건설투자는 건축부문(-9.3%)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4.3% 감소했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의 부진은 부분적으로 완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10월 소매판매액은 2.1% 증가로,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겨울 의복 판매가 감소하는 등 일시적 요인을 제외할 경우 최근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KDI는 밝혔다.
고용시장에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으며 고용률 상승, 실업률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마이너스를 벗어났지만 소폭(0.2%) 상승에 그쳤고 근원물가는 여전히 0%대 중반의 낮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광희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