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이오장

있는 것이 없고 없는 것이 있다
바람으로 모여 걸음으로 흩어지고
그림자의 원형은 투명
돌바닥에 찍히는 무게로
말이 머문 시간을 잰다
촛불은 꺼라
살얼음 낀 군중에서 건져올린 밀납 밝기는
말 틈에 박힌 쐐기
물기 없이 갈라져 절벽을 만든다
머리 잘린 전봉준
묵죽으로 환생한 민영환
태극기 흔들다 용수 쓴 유관순
맨발의 손기정
이름 이름으로 쌓여 만든 탑에
함성으로 엮긴 금줄도 걷어라
광장에는
모여든 말이 죽창으로 날카롭고
이긴자와 패배자의 틈에 피빛 강이 흘러
있을 것이 없고 없는 것이 자란다

이오장 시인은 ‘믿음의 문학’으로 등단해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부천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부천시민이다.사회상과 정치상황에 대한 촌철살인의 주옥같은 글을 기고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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