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기업들이 수익 악화로 빌린 돈이 크게 늘어나며 7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부진한 경제 상황에 재정지출을 늘린 정부 ‘곳간’도 대폭 쪼그라들었다.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집을 사는 데 돈을 덜 쓴 가계의 여윳돈만 다소 늘어 국내 순자금운용 규모는 역대 3분기 중 8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를 기록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3분기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16조8000억원으로 2018년 3분기(27조6000억원)보다 10조8000억원 축소됐다. 역대 3분기 중에서는 지난 2011년 3분기(11조2000억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적다.
자금순환은 각 주체 간 금융거래(자금흐름)를 파악한 것으로 국가 경제 전반의 재무재표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순자금운용은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주식 등으로 굴린 돈을 나타내는 자금운용액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을 뜻하는 자금조달액을 뺀 수치다.
각 주체별로 보면 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18조9000억원으로 1년 전 수준(8조8000억원)에 비해 확대되며 지난 2012년 2분기(26조7000억원) 이후 7년3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를 나타냈다. 통상 기업의 경우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금운용과 조달과의 차액은 순자금조달로 기록된다.
가계의 여윳돈은 늘어났다. 주택구입 등 부동산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7조6000억원으로 1년 전(12조원)보다 5조6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흘러들어간 자금 규모가 축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운용 규모는 2018년 3분기 37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39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예치금이 25조900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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