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용계에는 오랜만에 돌아오는 발레단의 굵직한 작품과 해외 유명 무용단체의 내한공연, 전통을 재해석하는 신작 라인업이 눈길을 끈다. 
    
◇국내 대표 발레단의 명작 귀환
국립발레단은 15년 만에 전막 발레 ‘해적’(6월 10~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선보인다. 영국의 낭만 시인 바이런의 극시가 바탕이다. 정의로운 해적이 아름다운 노예 소녀들을 구출해낸다는 이야기다.
2막에서 나오는 메도라와 알리가 추는 파드되(2인무)는 국내 여러 갈라 무대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막으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작품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원안무인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을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송정빈이 재안무한다. 
송정빈은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통해 꾸준히 안무작을 선보여왔다.
국립발레단은 ‘현대발레의 거장’ 장-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11월 4~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도 야심작으로 선보인다. 2000년 초연했고 2013년 이후 7년 만인 이번에 다시 선보인다. 순백의 무대미술, 동서양을 넘나드는 의상, 프로코피예프 음악이 특징이다.
창작발레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 받는 국립발레단의 ‘호이 랑’(3월 27~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도 돌아온다. 공연계 부부 콤비인 한아름 작가와 서재형의 첫 발레극으로,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 강효형이 안무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동명작품을 2017년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예술감독 겸 안무가인 크리스티안 슈푹이 내한해서 처음 선보인 ‘안나 카레니나’(4월 22~26일)도 재공연한다.
국립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백조의 호수’(3월 20~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호두까기 인형’(12월 19~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도 돌아온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4월 2~5일 유니버설아트센터)를 8년 만에 공연한다. 화려한 무대 세트와 의상, 여섯 요정의 베리에이션(독무)과 동화 속 캐릭터들의 디베르티스망(이야기 흐름과 상관 없는 볼거리 위주의 춤), 고난도 테크닉을 요구하는 그랑 파드되(2인무)까지 클래식 발레의 모든 것을 집약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020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으로 ‘돈키호테’(6월 19~2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도 선보인다. 스페인의 정열과 낭만이 살아 숨쉬는 이 작품은 세르반테스의 원작과 달리 매력적인 선술집의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또 유니버설발레단은 충무아트센터와 공동기획으로 드라마 발레 ‘오네긴’(7월 18~26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도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존 크랑코의 안무작으로, 자유분방한 도시귀족 ‘오네긴’과 순진한 시골소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과 이별을 그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과도 손 잡는다. 연말 대표 레퍼토리 ‘호두까기 인형’(12월 18~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함께 올린다.

◇유명 무용단·대형 발레단 내한
무용 내한공연은 LG아트센터의 시즌 기획공연 ‘콤파스(CoMPAS) 20’을 통해 선보이는 작품들이 단연 눈길을 끈다.
우선 ‘발레계의 아카데미’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상과 세 차례의 ‘올리비에 어워즈’ 수상자이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안무가’로 손꼽히는 크리스탈 파이트가 첫 내한한다. 니콜라이 고골의 동명의 원작을 무대화한 ‘검찰관’(5월 22~23일)을 선보인다. 텍스트, 조명, 음향효과, 세트와 움직임 등이 정교한 조화를 만들어낸다.
러시아의 국민적 예술가 보리스 에이프만은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5월 13~17일) 등 자신의 대표작 두 편을 선보인다. 고도로 훈련된 에이프만 발레단의 무용수들이 러시아 고전 문학에 담긴 깊은 철학을 몸으로 되살린다.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 무용 안무가로 자리매김한 아크람 칸은 6년 만에 내한한다. 자신의 무용수로서의 마지막 작품인 ‘제노스’(6월 25~27일)를 선보인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인도 군인들의 이야기다. 참전 병사들의 고통과 함께 인간 존재의 본질과 진정한 인간성은 무엇인지 톺아본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아티스트 중 하나인 로이드 뉴슨이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램버트 무용단과 함께 자신의 초기작이자 대표작 중 하나인 ‘엔터 아킬레스’(10월30일~11월1일)를 다시 제작, 선보인다. 1995년 초연된 ‘엔터 아킬레스’는 ‘남성다움’에 의문과 반기를 드는 도발적인 공연이다.
지혜령 기자

저작권자 © 경기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