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해서 모두는 떠났다
한 때는 모든 악다구니가 자리를 잡고
한물간 타령을 부르던 곳

오래 전 선원들은 바다로 떠나
돌아오지 못했다
수평선 너머에 있을 푸른 언덕을
그리워 하다가 이슬이 됐다
바다는 파도를 만들지 않는다.
다만 감동할 뿐이다

이제는 물 건너 온 패거리들 하나 둘
자리 잡으면서 그들 언어만이
이 곳에 어렵게 자리하고 있다
잃어버린 모국을 찾아와서는
황사를 안고 이 땅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하잘 것 없고 작은

이 포구에 왜 와 있을까

파도의 성난 울림을 기억하며
가라앉은 시간을 건져 올리는
어린 해녀의 갸녀린 모습
갈매기와 벗하며 사는 사람들을
이제는 볼 수 없었다
 
한 달 중에 한 번은
째보선창에서는 어시장이 들어선다.
태양에 놀던 박대 갈치 올라 와
주인을 기다린다
간간히 우럭이 시커맣게 자리하면
잡짜름한 내음이 조금은 서글퍼 온다
철선(鐵船)은 풍화되고
그럴 적마다 번져오는 두통이
나를 힘들게 한다
이제는 밀물과 썰물의 대화를 들을 수 없는 시간
떠 밀려온 해초의 잔해만 볼 수 있다

긴 둑이 완공되던 날
갈 길 잃은 망둥어는 죽기 살기로
파도를 타고 바다로 갔다

뱃사람들이 떠들고 남기고 간
소리만이 허공에 서성이다 바람 됐다
잠 깬 구름하나 갯벌 바라보다 사라진다
지금은 없어진 포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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