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꽝에 가면
언제나 당신의 모습이 있었다.
장바닥에 가면
스무 여 단 열무 꾸러미 쌓아 놓은
당신의 얼굴이 있었다.


마을 들머리에서
눈발 날리는 낮은 언덕에 서서
이제나 오시나
발시림 동동거리며
기다리는 손 비벼가면
당신의 모습은 없었다

빈 방에 울다 지친 누이는
낡은 이불 반쯤 접다 쓰러졌고
미나리꽝에서 오는 두런거림은
매정하게 찬바람 몰고 창가를 스쳤다


지금은 지난 시간
이제는 어디에도 당신 그림자
찾을 수 없고
눈가에 뜨거운 마음만 흐르며
긴 아쉬움만이
나의 유년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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