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4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빨라지면서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단계로 격상했고, 여야는 추경을 통한 대응에 일찌감치 공감대를 형성했다.
청와대와 국회에서 신속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만큼, 추경의 규모와 재원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거 금융위기 때에 상응하는 정도로 충분하고, 과감한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24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에서 “기업 피해 최소화와 국민의 소비 진작, 위축된 지역 경제 회생 등을 위해선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면서 “예비비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에 더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추경 예산(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의 기업, 소상공인, 경제단체들의 목소리가 절박하다.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면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추경 편성에 더해 이번 주 중으로 발표할 예정인 종합 경기 보강 대책을 신속히 시행하라는 당부도 더해졌다. 문 대통령은 “현장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야 한다”며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여당에 이어 청와대도 공식 요구하고 나선 만큼 정부도 추경 편성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추경 편성 여부를 결정할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추경 편성이 정부와 조율된 사항이라고 밝히며 “어제(23일) 고위 당·정 회의에서 모든 것이 조정됐다”고 언급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 중앙 정부에는 본예산 외에 총 3조4000억원의 가용 자원이 있다. 목적 예비비 2조원과 일반 예비비 1조4000억원이다. 목적 예비비 중 1041억원은 방역 대응 체계 확충 등에 우선 지출하기로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지방자치단체에선 예비비, 재난관리기금 등을 통해 마련된 1082억원의 재정을 신속히 집행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예비비 활용이 우선이며 추경 편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주일 후 영남권 일각에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목소리가 거세졌다. 이낙연 위원장도 “세금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이에 여당은 지난 21일 전향적 차원에서 추경 편성 논의를 본격화하는 쪽으로 당론을 정했다.
야당 역시 협조의 뜻을 밝혔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초당적 차원에서 협력 의사가 있음을 명확히 했다. 다만 그는 “기존 예산과 예비비를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와 이번에 편성되는 추경은 어디에, 얼마만큼 쓸 것인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재정 집행의 원칙은 준수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유성엽 민주통합의원모임 원내대표 역시 추경 편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당에서는 오는 28일 발표될 예정인 경기 종합(패키지) 대책에 이번 추경의 ‘틀’을 담아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박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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